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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존경

기자명 법보신문
사람과 사람 사이엔 사랑보다 존경이 우선
부부는 서로에게 존경받을 만한 사람 돼야


몇일전 어렸을 때 참으로 친하게 지냈던 속가 사촌 동생으로부터 결혼을 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방학 때마다 외할머니가 계신 외갓집에서 모여 어깨동무하면서 재미있게 놀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결혼을 한단다. 지금은 미국에 있는데다 또 출가한 몸이라 직접 결혼식장에 가서 축하는 못 해 주지만 멀리에서나마 그 동생을 위해 그리고 올 봄에 결혼하는 많은 젊은 부부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말이라도 한마디 해주고 싶다.

결혼하는 부부들에게 사람들이 해주는 말들은 대체로 사랑이라는 명제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사랑하고 아껴주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부부 사이를 포함해서 사람과 사람사이에 사랑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존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을 향해 좋아하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위의 10대 청소년들만 보아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인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을 향해 쉽게 좋아하는 감정을 낸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좋은 인상을 가진 이를 보거나 나에게 관심이나 친절을 베풀어 주는 사람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다. 반대로 또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쉽게 좋아하는 마음을 내는 것만큼 다른 사람으로 부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신경을 쓴다. 상대가 나를 좋아해 줄 수 있도록 좋은 옷을 입고 향수를 뿌리고 화장을 하고 요새는 또 성형수술까지도 한다. 이 모든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자 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랑하는 마음, 좋아하는 마음 이면에는 시기와 질투, 미움의 마음이 있다. 좋아하는 이가 나를 좋아해 주지 않으면 사랑은 미움이 되어 그 마음이 잿빛으로 금방 변해 버린다. 그러기에 연인들 간에 좋아하는 감정은 너무 가변적이고 대부분 자기중심적이어서 그리 신뢰할 수가 없다.

그런데 존경하는 마음은 좀 다르다. 먼저 어떤 사람을 향해 존경하는 마음은 그리 쉽게 생기지가 않는다. 좋은 외모나 탁월한 언변도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는 경우는 다른 사람이나 큰 대의(大義)를 위해 자신의 그 무엇인가를 희생하는 행동을 보여 주었을 때 비로소 그 마음이 생긴다. 예를 들면 몰래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덕을 베푸는 모습을 보거나, 남들이 꺼리는 일이나 하기 어려운 일을 솔선수범하는 행동을 볼 때 존경의 마음이 든다. 살면서 그런 존경하는 마음을 내게 하는 이를 알면서 살아간다는 것 또한 큰 행운이다. 존경의 마음을 오랫동안 간직하다 보면 그 사람이 어느새 본인 삶의 지표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존경하는 분의 모습을 닮아갈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부부의 인연을 맺으면서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머물지 말고 목표를 한 단계 더 높여 부부 사이에서도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서로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그런 노력이 있을 때 서로를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 마음은 외부의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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