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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만민은 평등하다

기자명 법보신문
평등의 남용이 무질서로 이어져
참다운 평등원리 깨치면 곧 부처


현대의 사회를 규정함에 있어서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이 민주주의요 민주주의의 기본적 요소는 그 구성원 하나 하나의 무게가 똑 같다는 평등일 것이다.

이 평등을 권리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으나(나는 법 이론에 문외한이기에), 아무튼 이 권리를 실천함에 있어서 누구나의 행위에 자유가 있음을 강조하는 듯하다. 그래서 현사회에서 이 ‘평등’과 ‘자유’만큼 애용되는 단어도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 평등의 적용에 있어 마구잡이로 남용하다 보니, 오히려 무질서에 가까운 착란을 일으키고 있는 듯한 감이 있어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쉽게 말하여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함은 개개인의 인격의 평등을 말하는 것일 터인데, 이의 적용을 사회 조직의 구성에도 끌어들여 상하 좌우의 직분적 위계도 없이 1대 1의 평등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인격은 어디까지나 1:1이지만 직분적 위계에는 1:x이다. 선생님과 제자의 인격이야 1:1이지만, 강의실 안에서 위계는 학생수만큼의 무게가 선생님에게 주어진 1:1이다. 곧 학생 30명대 선생 1이니, 선생님의 위계의 무게는 30이라야 평등이 된다. 곧 1(선생님):30(학생)이산수월리의 1:1이다. 강의실이 평화로우려면 이 1대 30의 평등원리가 원활이 운용되어야 한다. 강의실 안의 여러 사안을 결정하려면 선생님의 무게는 30배의 위력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 직위적 위계를 품격이라 하면 맞는 용어가 될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인격은 평등이되 품격은 평등일 수가 없다 하겠다.

삼라만상의 모든 사물에는 존재적 가치는 평등하지만 존재되어 있는 품격은 평등일 수가 없다. 학의 다리는 길고 오리 다리는 짧다. 이 길고 짧은 그 자체로서 사물적 본성의 평등이지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에다 이어 같은 길이로 재단하여야 평등인 것이 아니다. 만민 평등의 평등은 학의 다리나 오리의 다리 그 자체의 본성적 평등과 같은 평등인 것이다.

여기에서 모든 중생은 똑 겉은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의 위대함을 새삼 고맙게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만민 평등을 넘어선 중생 평등의 평등이론이다. 부처님은 당신만이 부처가 아니라 누구나 이 평등의 원리를 깨치면 그도 바로 부처라는 것이니, 이는 윤리적 개념의 평등이나, 사회 기능적 개념의 평등을 훨신 능가하는 우주 만유의 공통적 평화의 평등이라 하겠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하나 더 덧붙여 보자. 평등이라는 말에 친구처럼 따라 다니는 ‘자유’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나는 윤리적 개념으로는 공자의 말씀에 “인(仁)을 실행함이 나로부터 되는 것이지 남으로부터 되겠느냐(爲仁由己 而由人乎哉)”함이 있어 “由己(自[己]由)”에서 유래되었다고 평소에 생각해 왔다. 그러나 평등과 동반되는 자유라면 불교에서 말하는 모든 속박을 벗어나는 해탈적 자유가 훨신 더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잠시 〈윤조법보단경〉의 말씀을 인용해 보자.
“선지식은 마음이 광대하여 법계를 두루하여 응용이 분명하여 일체 하나이고 하나가 일체임을 알면, 오고 감이 자유로워 마음과 몸이 막힘이 없으니 이것이 반야지혜이다.”하였으니, 이 ‘거래자유 심체무체(去來自由 心體無滯)’가 바로 진정한 자유이고, 이러한 마음과 육체의 자유라야 만민평등을 넘어선 중생평등이 될 것이다. 이런 지혜의 안목이기에 “개에게도 불성이 있다”는 평등으로까지 발전된 것이 아닐까.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sosuk0508@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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