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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의 일승발원문(一乘發願文) - 14

기자명 법보신문

보살의 삶 다짐했던 의상의 서원 담아

의상 화엄의 중심 개념
신라 거쳐 고려 이어져
고려 ‘감지금니화엄경’
‘나옹화상계첩’에 전문

<사진설명>고려 충정왕 22년에 제작된 『감지금니화엄경』속의 일승발원문 전문.

험난한 이 사바세계를 잘 견디며 살기 위해서는 발원이 필요합니다.

화엄경에서는 십바라밀을 설했는데, 이 중에 원(願)바라밀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화엄의 십불(十佛) 중에는 원불(願佛)이 있습니다. 의상에 의하면, “백사십원(百四十願)·십회향원(十廻向願)·초지원(初地願)·성기원(性起願) 등이 모두 다 그대로 원불(願佛)”이라고 합니다. 화엄경에는 보살의 수많은 서원이 등장합니다. 화엄경은 여래의 깨달음을 개현(開顯)한 것이면서, 동시에 보현행원으로 대표되는 보살도를 밝힌 경입니다. 이 경의 각종 원은 보살도의 실천과 관련이 있고, 보현행원과 연결이 있습니다.
 
화엄경 이세간품(離世間品)에 열거되고 있는 십종보현행원(十種普賢行願)은 이렇습니다. 즉, 미래 겁이 다하도록 보살행을 행하고, 미래의 일체제불에게 공경·공양하며, 일체의 중생이 보현보살의 행원을 행하게 하며, 일체의 모든 선근을 쌓으며, 일체의 모든 바라밀에 들어가며, 일체의 보살 원행을 만족시키며, 일체의 세계를 장엄하며, 일체의 부처님이 계신 곳에 왕생하며, 좋은 방편으로 일체 법을 구하며, 일체의 시방 불찰(佛刹)에서 무상보리를 이룬다는 등이 그것입니다.

화엄행자 의상은 일승발원문(一乘發願文)을 지은 바 있습니다. 이 발원문은 보살도의 실천을 강조한 것이고, 보살도의 실천은 곧 의상 화엄신앙의 중심 개념이었습니다. 의상은 이 발원문을 지어서 조석으로 외우면서 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빌었을 것입니다.

또 신라의 화엄교단에서도 이 발원문은 중시되었을 것입니다. 고려 충정왕 22년(1350)에 제작된 감지금니화엄경(紺紙金泥華嚴經)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이 사경의 말미에 의상화상 일승발원문을 역시 금자로 써서 전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 발원문은 장충식교수에 의해 발굴되고 소개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금강산 유점사에는 나옹화상이 지공으로부터 받은 계첩(戒牒)이 전해지고 있었는데, 이 계첩에는 발원문 전문이 수록되어 있었지만, 의상화상 일승발원문 운운의 제목이 없어서 이것이 의상의 발원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7언 48구의 발원문 중 뒷부분의 20구가 금자화엄경 말미에 수록되어 전하던 의상화상 일승발원문과 겹치는 것을 알게 되어, 제목 없이 나옹계첩에 수록되어 전하던 48구의 발원문이 바로 의상 발원문의 전문임을 확인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의상의 일승발원문 전문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던 것인데, 그 원문을 다시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稽首歸依恒沙佛     頂禮圓滿契經海
歸依一切諸賢聖     願賜慈光爲證明
無始已來至今身     由貪嗔痴動三業
知不知作及自作     敎他人作見聞隨
所造惡業五無間     八萬四千恒沙罪
於三寶前盡懺悔     願令除滅諸業障
願我臨終無苦難     面見彌陀生極樂
成就普賢廣大行     盡未來際度衆生
普願法界諸衆生     永除煩惱所持障
勤修十佛普賢境     衆生界盡摠成佛
惟願世世生生處     不墮三途八難中
願同善財發大心     願比文殊甚深智
願得觀音大慈悲     願修普賢廣大行
願證舍那大覺果     願度法界諸衆生
惟願世世生生處     三種世間爲三業
化作無量供養具     充滿十方諸世界
頂禮供養諸三寶     及施六道一切類
如一念塵作佛事     一切念塵亦如是
諸惡一斷一切斷     諸善一成一切成
値遇塵數善知識     聽受法門無厭足
如善知識發大心     我及衆生無不發
如善知識修大行     我及衆生無不修
具足廣大普賢行     往生華藏蓮華界
親見毘盧遮那佛     自他一時成佛道

7언 48구 336자로 되어 있는 이 발원문은 일승원교인 화엄, 즉 화엄신앙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일승이란 화엄일승을 의미하고, 따라서 일승 발원문이란 화엄 원교에 의거한 발원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첫머리의 4구는 불법승 삼보에 대한 귀의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한량없는 부처님께 머리 숙여 귀의하고,/ 원만한 경전의 바다에도 정례하오며,/ 일체의 모든 현성에게 귀의하옵나니,/ 원컨대, 자비광명으로 증명해 주옵소서.

라고 한 것이 그것입니다. 항사불(恒沙佛), 계경해(契經海), 제현성(諸賢聖)에게 귀의함이란 곧 불법승 삼보에 대한 귀의입니다. 그리고 삼보의 자비로운 증명을 발원했습니다. 다음의 5구에서 12구까지는 죄업(罪業)에 대한 참회와 업장소멸(業障消滅)에 대한 발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이 몸에 이르기까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삼업 움직여,/ 알 면서도 모르면서도 짓고 또 스스로도 짓고,/ 타인에게 가르쳐 견문 따라 짓게 한/ 지은 바 십악과 다섯 가지 무간의 죄/ 팔만사천의 모래처럼 많은 죄업/ 삼보전에 두루 참회하 옵나니,/ 원컨대 모든 업장 소멸케 하옵소서.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참회가 선행되어야 마땅하다. 발원문의 앞 부분에서 모래알처럼 많은 팔만사천의 죄업을 삼보전에 참회한다고 한 것은 곧 참죄업장인 것이다. 13구로부터 20구까지의 발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하옵나니, 임종시에는 고통과 어려움 없이,/ 아미타불 친견하여 극락에 왕생하고
보현보살 광대행 성취하여서,/ 미래 다하도록 모든 중생 건지게 하옵소서.
두루 원하옵나니, 법계의 모든 중생, 업장과 번뇌 영원히 벗어나게 하옵시고,
십불 보현의 경지 부지런히 닦아,/ 중생계가 다하고 모두 성불토록 하옵소서.

이처럼 보현보살의 행원을 성취해서 미래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도록 중생을 제도하기를 발원하고 있습니다. 다음 21구로부터 28구에 이르는 내용은 태어나는 곳마다 삼도팔난(三途八難)에 떨어지지 않기를 발원하고, 이어서 선재의 발심과 문수보살의 지혜와 관음보살의 자비와 보현보살의 행원과 비로자나불의 대각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을 건질 수 있기를 발원한 것입니다.

오로지 원하는 것은 세세생생 어느 곳에서도,/ 삼도팔난 중에 떨어지지 않게 하옵소서./ 원하옵나니, 선재와 같은 구도심 발하고,/ 원하옵나니, 문수보살 깊고 깊은 지혜와 같게 하며, 원하옵나니, 관음보살대자비 얻게 하시고,/ 원하옵나니, 보현보살 광대행 닦게 하 시며,/ 원하옵나니, 노사나불 대각을 증득케 하시며,/ 원하옵나니, 법계의 모든 중생 건 지게 하소서.

의상의 발원은 보현행원과 통합니다. 삼업이 한없는 공양의 도구로 변하여 온갖 세계에 두루 충만하기를, 불법승 삼보에게 예배·공양하기를, 무수한 선지식을 만나서 법문 듣기를, 모든 선지식이 그랬듯이 자신도 발심수행하기를 발원하고 있는 이 글의 내용은 보현보살의 원행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특히 끝 부분의 “넓고 큰 보현보살 행을 갖춰서(具足廣大普賢行) 화장세계 연화장에 왕생하리(往生華藏蓮華界)” 라는 구절은 그 발원이 보현보살의 원행에 토대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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