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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회향(廻向)의 묘(妙)

기자명 법보신문

중생의 고통 대신하려는 마음이 회향
남 위한 마음이 본인 돕는 결과 낳아

어렸을 때 처음 불교를 배우고 나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처님 가르침 중에 하나가 회향(廻向)이었다. 내가 열심히 공덕을 쌓아 그 공덕을 나 본인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온 중생계로 돌려야 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잘 이해가 안 되고 또 나를 불안하게 했다. 그 이유는 나의 공덕을 다른 이들에게 다 돌려 버리고 나면 나에게는 아무런 공덕이 남지 않으므로 복을 쌓아 불국 정토에 왕생하려는 소망도 이루어 질 수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에게 다 돌리고 나면 나에게는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어린 학생의 단순한 사고에서 나온 걱정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마음을 내어 다른 사람을 조금이라도 도와준 경험을 해 보면 알겠지만 나의 것을 다른 이에게 다 준다고 해서 나에게 아무것도 안 남는 것이 아니다. 남에게 준만큼 오히려 내 마음이 넉넉해지면서 물질이 아니더라도 더 큰 무언가를 돌려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불교 교리 상으로만 볼 때도 궁극적 깨달음은 원래부터 내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므로 나에게 공덕을 쌓아놓는다는 것 자체가 깨달음과 상반되는 행동이다. 나에게 돌아오는 공덕을 다른 이에게 돌렸을 때 비로소 나에 대한 집착을 줄일 수 있으므로 결국은 진리의 세계에 한발자국 더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화엄경』에 의하면 회향이라는 것은 ‘중생들에게 모든 공덕을 돌려 중생들에게 일어날 온갖 나쁜 일의 문을 모두 닫아 버리고 열반에 이르는 바른 길을 활짝 열어 보인다’는 뜻이 있단다. 다시 말하면 중생들이 쌓아 온 나쁜 업으로 말미암아 받게 되는 무거운 고통의 여러 가지 과보를 내가 대신 받겠다는 마음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마음을 내면 진짜로 모든 고통이 나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의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성철 스님의 법문 중에 어떤 이가 죽은 후 지옥문 앞에 떨어 졌는데 보통 사람 같으면 두려워서 벌벌 떨 텐데 그 이는 지옥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보니 측은한 마음이 들면서 ‘내가 그들의 고통을 대신 받아 그들이 잠시나마 지옥의 고통으로부터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 순간 지옥이 그의 눈앞에서 없어지고 천상에 와 있더란다. 중생의 고통을 본인이 대신 받겠다고 마음을 내니 본인의 고통부터 없어지고 천상으로 가 버린 것이다. 결국 남을 돕겠다는 마음이 본인부터 돕는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것이다.

봄이 되니 겨울 내내 주목을 받지 못 했던 거리의 가로수도 하얀색 분홍색 보라색 꽃들을 피우면서 자신들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다시금 확인 시켜 준다. 올해는 또 부처님오신날이 다른 때 보다 조금 일찍이다 보니 봄날의 색은 사찰마다 걸어 놓은 연등이 보태지면서 올해도 그야 말로 눈물나는 장관을 연출해냈다. 연등을 달면서 많은 사람들이 본인과 가족들을 위해서 주로 기도를 하는데 이번 부처님 오신 날 만큼은 그 기도 안에 자신과 조금 먼 이웃이나 직장 동료, 친구, 혹은 자신을 미워하는 이들까지 함께 넣어 같이 기도해서 회향해 보면 어떨까?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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