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형태 가지각색
최근 조계종이 의제실무연구회를 발족하고, "각양 각색의 승복 색깔을 통일하고, 법계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의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스님들이 착용하고 있는 승복이 율장 정신에 어긋나거나, 혹은 수행자의 본분을 넘어 설 정도로 지나치게 사치스러워, 승가 '위계'마저 흐트러뜨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기준안 없이 중구난방으로 제작, 유통되고 있는 승복에 대해 일대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조계종 승가 의제의 핵심은 가사(袈裟)색의 통일이다. 가사는 장삼 위에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의복으로 종파와 법계에 따라 그 색과 형태가 엄격히 규정돼있다. 조계종에서 사용하는 가사색은 3종 괘색으로 청색 1, 적색 11, 흑색 3의 비율로 혼합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스님들이 착용하고 있는 가사의 색은 정확한 비율을 사용하지 않아, 색이 천차만별이다.
장삼을 비롯한 스님들의 다른 의복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조계종의 경우 장삼을 비롯한 기본 의복의 색깔이 회색이지만, 승복을 제작하는 회사마다 서로 다른 원단을 쓰기 때문에, 같은 회색이라도 각양각색이다.
기성복처럼 승복 전문 가게에서 사 입거나, 맞춰 입게 되면서 주머니 여부, 크기, 발목 대님 형태, 허리 매듭 방법, 소매 길이, 바지품 등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승가의 청정한 위의(威儀)와 무소유(無所有)의 공덕을 상징하는 승복이, 승복 본래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승복 가격이 수십 만원에서 수 백 만원까지 차이가 나면서, 스님들 사이에서도 승복의 착용에 따라 계층이 생기고 승복 제작업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모델을 내놓으며 가격 거품을 조장하는 등 갈수록 상업화도 짙어지고 있다.
승복집은 현재 조계사 주변에만 대략 20여 곳에 이르고 있다. 5∼6년 전부터 전시와 판매망을 함께 갖춘 대형 가게들이 등장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승복의 절반 이상이 이 곳에서 제작·유통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통에 따라 사찰에서 가사 불사를 하고 있는 곳은 현저하게 줄어 그 명맥마저 끊길 처지에 처해 있다. 24교구 본사를 대상으로 과거 3년 동안 가사불사를 벌인 사찰의 현황을 조사한 그 결과 통도사, 해인사 등 단 7곳에 불과했다. 그마나 매 년 가사 불사를 벌이고 있는 곳은 송광사 한 곳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계종 한 관계자는 "승복 통일을 위해서는 색상과 규격에 대한 기준 마련은 물론, 옛 전통을 살려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동참하는 가사불사의 전통을 다시 되 살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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