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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례(投師禮) - 15

기자명 법보신문

삼보를 향한 지극한 귀의 담은 의상의 예경문

<사진설명>『염불작법』에 실린 의상 스님의 투사례. 20년전 민영규 선생에 의해 학계에 보고됐다.

스승께 몸을 던져
예배 한다는 의미

염불작법에 수록
민영규 선생 공개

신라 예경의식 중
내용 남은 유일본

은사 효당(曉堂) 스님의 노트 중에는 의상화상 투사례(投師禮)가 있었는데, 이것은 화엄사의 정휘헌(鄭彙憲 : ?-1969)의 소장본을 보고 필사한 것이었습니다. 투사례가 수록된 판본인 염불작법(念佛作法)이 민영규선생에 의해서 학계에 보고된 것은 20년 전의 일입니다. 염불작법은 중종 24년(1529) 전라도 광양현 만수암(萬壽庵)에서 간행한 것이었습니다. 투사례는 예경문(禮敬文)이라는 제목으로도 유통된 바 있습니다. 연담 유일(蓮潭有一)의 제경요초(諸經要抄)에는 의상조사예경문으로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염불작법에는 투사례의 작자로 의상을 분명히 명기하고 있지만, 이것이 16세기 전반의 문헌에 처음으로 보이기 때문에 작자의 진위 여부는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투사례에 보이는 경전이나 용어 중에 의상 이후에 나타나는 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조선 중기에 유포된 도서를 김휴(金烋)가 해제한 해동문헌총록에 의하면, 의상 등이 지은 제반청문(諸般請文)이 있었습니다. 제반청문은 서명으로 보아 불보살에게 귀의하는 내용으로 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투사례와는 유사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리고 의상이 일승발원문, 백화도량발원문, 서방가(西方歌) 등의 발원문류의 게송을 즐겨 지었던 점에 유의하면, 이들과 비슷한 성격의 글인 투사례도 의상의 작일 것입니다.

투사례는 자신을 스승에게 던져 예배한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투사(投師)’, 혹은 ‘투례어사(投禮於師)’ 등의 용어는 신라 때에도 사용된 예가 있습니다. 지통이 낭지를 사사했을 때나 지원(智遠)이 도의(道義)의 제자가 되었을 때, 이런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의상이 투사례에서 사용한 사(師)는 특별히 어떤 인물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예배의 대상이 되는 불법승 삼보를 지칭한 것입니다. 투사례의 1-9까지는 불보를, 10-16까지는 법보를, 그리고 17-24까지는 승보를 각각 예배의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불보에는 노사나불, 십방삼세제여래(十方三世諸如來), 삼십오불(三十五佛), 오십삼불(五十三佛), 석가모니불, 약사여래, 아미타불, 미륵불 등이 예경의 대상으로 칭명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35불 및 53불 신앙은 지금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입니다. 대보적경에 35불신앙에 대한 설이 있고, 불곡(不空)은 불설삼십오불명예참문(佛說三十五佛名禮懺文)을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경에 의하면, 오무간죄(五無間罪)를 지은 사람은 마땅히 35불전에서 지심으로 참회하고 귀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투사례에서도 35불에 귀명하여 일체의 모든 업장(業障)을 모두 참회해야 한다고 한 것은 같은 내용입니다. 점찰경, 관허공장보살경 등에 53불신앙의 근거가 있습니다. 유점사에서는 신라 이래로 53불을 봉안하여 신앙해 왔고, 진평왕 때의 비구니 지혜(智惠)는 안흥사의 불전 벽에 53불을 그린 바 있으며, 해인사에서 발견된 탑지(塔誌)에도 53불의 명호(名號)가 보입니다.

투사례에서 예경의 대상으로 거론한 법보로는 화엄경, 법화경, 원각경, 금강반야경, 수구다라니경, 대승기신론, 석마하연론 등입니다. 이 중에서 수구준제대비주의 경우, 밀교적인 것입니다만, 백화도량발원문에도 송대비주(誦大悲呪)라는 구절이 보입니다. 승보로서의 예경의 대상은 문수보살, 보현보살, 담무갈보살, 관자재보살, 지장보살, 55선지식, 제조사(諸祖師), 노화상, 성문, 연각, 진법장(眞法藏), 제석, 제선신(諸善神), 천룡팔부 등입니다. 이 중에서도 “상주개골담무갈(常住皆骨曇無竭) 일만이천보살중(一萬二千菩薩衆)” 운운의 구절은 금강산 담무갈보살 주처신앙과 관련하여 주목됩니다. 개골산은 화엄신앙의 영향으로 금강산으로 개칭되기 전 신라에서 흔히 부르던 산 이름입니다. 60권본 화엄경에 의하면, 지달산에 담무갈보살이 1만 2천의 대중을 거느리고 상주설법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개골산에 담무갈보살이 1만 2천 명의 보살대중과 더불어 상주한다는 이 구절은 개골산이 화엄경의 보살주처신앙과 연결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문수(文殊)·사리(師利)·덕운(德雲) 등 55위선지식에게 귀명한다는 것은 화엄경 입법계품 중에서 선재동자가 만났던 55선지식 모두에게 귀의한다는 것입니다. 화엄신앙에 있어서 선재동자의 구도와 그가 만난 55선지식은 중시되었는데, 신라 화엄신앙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라시대에도 여러 예경의식이 행해지고 있었겠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을 전해주는 것으로는 이 투사례 뿐입니다. 오대산의 보천(寶川)이 남긴 불교 행사에 관한 기록 중에는 관음예참, 점찰예참, 미타예참, 열반예참, 문수예참 등을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신라에서도 여러 예참(禮懺)이 행해진 것을 알 수 있지만, 역시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 9세기 전반 당나라 적산법화원에서 행한 불교의식은 신라의 풍속에 의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에 관한 기록은 신라불교 의식의 이해에 참고가 되지만, 강경(講經)의식에 관한 자료만 전한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불교의 여러 의식 중에서도 예경의식은 가장 보편적으로 행해졌을 것입니다. 의상의 제자 지통(智通)이 목불상(木佛像) 앞에서 항상 예배했다는 기록은 예불과 관련하여 참고가 됩니다. 의상의 투사례는 에불문(禮佛文)의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7언 4구마다에는 “아금지심귀명례(我今志心歸命禮)”가 되풀이되고 있는데,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로 이끌어지는 오늘날의 예불문 형태와도 비슷한 것입니다. 예경문(禮敬文)이라는 제목으로도 유통된 바 있습니다. 염불작법에 전하는 투사례의 ‘아금지심귀명례’의 지심(志心)은 지심(至心)의 오자일 것입니다. 연담의 제경요초에는 분명히 지심(至心)으로 표기했습니다.

투사례에는 귀의할 대상이 되는 제불보살 및 경전이 27종으로 나열되어 있어서 다양한 편입니다. 그러면서도 투사례에는 화엄신앙이 약간 강조되고 있습니다. 귀의할 제불 중에는 노사나불이, 그리고 경전 중에는 화엄경이, 여러 보살 중에는 문수와 보현이 각각 앞에 나타나고 있음은 의상이 화엄신앙을 앞세운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상주개골담무갈 일만이천보살중”이라는 구절이나 “문수·사리·덕운등(文殊師利德雲等) 오십오위선지식(五十五位善知識)” 등에 귀의하고 있는 것도 모두 화엄신앙에 토대한 것입니다.

투사례의 내용은 결국 불법승 삼보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밖으로 여러 부처님을 향해서 예배할 필요가 있는가? 타불(他佛)에게 예배하는 것은 행여 우상숭배는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다. 의상의 제자들 중에도 이런 의심을 가진 경우가 있었든지 의상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타불(他佛)에 예배하는 의미가 없지 않다. 모든 부처님이 중생을 위하여 불의 공덕을 설하는 의미는 중생이 스스로 그와 같은 과덕(果德)을 얻기 위하여 수행토록 한다. 이 때문에 중생은 미래에 과덕 얻기를 바란다. 신명을 아끼지 않고 수행함은 타불의 과덕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이 때문에 바로 나로 하여금 발심수행토록 한다.” 우리가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면서 타불에게 예배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발심 수행하여 미래에 과덕을 얻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의상의 가르침에 의하면, “오불(吾佛)은 일체법계의 유정무정 중의 어디에도 있어서, 어느 하나도 오체불(吾體佛)이 아님이 없기 때문에 만약 능히 오체불에 예배하는 이라면 절하지 않을 어떤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의상법사는 우리가 절하지 않을 어떤 것도 없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니 항상 생각하도록 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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