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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아난다의 오류

기자명 법보신문

깨달음은 정법 실천과 수행으로 가능
익숙해진 악습과 게으름 경계해야

오랫동안 사찰에 다니시면서 신행 생활을 하신 분들도 가끔식 보면 사찰 안에서 말싸움을 한다든가 다른 신도를 헐뜯는 경우를 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찰에 오래 다녔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큰 스님들 법문을 들으면서 부처님 법을 따라 왔는데도 생활에 좀처럼 변화가 없고 불교 신행 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면 문제가 좀 있지 않나 싶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불교에 대한 익숙함과 부처님 법 따르는 것을 혼동하는 데에 있다. 사찰에 오랫동안 나온 분들은 당연히 사찰안의 여러 가지 생활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또한 그런 분들 중 여러 다수가 사찰 안에서 감투를 하나씩 쓰면서 각종 요직에서 중요 임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사찰 안 스님들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생기는 경우가 많게 되고, 스님들과 같이 공양을 한다든가 이야기를 하는 일들이 많아진다.

그런데 문제는 스님들과의 개인적 친분이나 익숙해진 사찰 생활을 가지고 본인이 부처님 법을 잘 따르고 있다고 착각을 한다. 심지어 어떤 분은 스님들을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절에서 하는 법회나 기도, 수행 프로그램에 참석을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분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부처님 제자 아난다 존자가 생각이 난다.
아난다 존자는 고타마 부처님의 사촌 동생으로써 부처님께서 열반하실 때까지 부처님 바로 곁에서 부처님을 보필하신 분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아난다 존자는 그 어느 제자들 보다 부처님과 함께 했던 시간이 많았고 그러므로 부처님과도 가장 친한 제자였다. 하지만 그렇게 부처님을 가까이서 오랫동안 보필해 왔으면서도 아난다 존자의 깨달음은 다른 중요 부처님 제자들에 비해 가장 늦었다. 부처님의 많은 제자들이 부처님의 법에 입문하고 나서 얼마 걸리지 않아 깨달음을 얻었는데도 아난다 존자는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부처님 경전 제1결집 바로 직전에서야 비로소 아슬아슬하게 아라한과를 증득했다.

아난다 존자의 깨달음이 이토록 아슬아슬하고도 늦은 이유는 부처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과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을 실행하는 것 사이를 혼돈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부처님과 친하니 다른 사람처럼 수행을 하지 않아도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찰을 다니면서 부처님 법을 몸소 실행하지 않는다면 외국어 학원에 다니면서 외국어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아무리 오랫동안 학원에 열심히 다녀도 실제로 본인이 직접 공부를 하지 않으면 외국어 실력이 늘지 않는다. 또한 학원 강사 선생님을 얼마나 개인적으로 잘 아느냐 하는 것과 외국어 실력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정말로 본인이 불자라면 살면서 화나는 마음이 일어날 때나 남의 흉을 잡고 싶을 때 그 때 한번 나의 마음을 돌이켜 바라보자.  부처님 법을 따르는 것은 절에 오래 다니고 안 다니고의 문제가 아니고 배운 부처님 법을 직접 생활에서 얼마나 수행하고 안하고의 문제인 것이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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