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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환호 순국선열 덕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6.06.28 13:40
  • 댓글 0

일선 스님

거금선원장

사람은 자식을 낳으면 부모의 은혜를 알고 나라를 떠나보면 오히려 애국심이 생긴다고 한다. 보훈의 달 유월에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와 국가의 은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동진 출가하여 선방에서 삼년결사를 마치고 한창 공부를 더 해야할 나이에 군대에 가야 했으니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 억지로 갈수밖에 없었다. 봉암사 조실이었던 서암 큰스님께서는 경계를 피하여 산에 갇혀버린, 평지에서 죽은 사람이 수없이 많으니 오히려 군대에서 삼년결사를 다시 시작 한다는 각오로 갔다 오라고 등을 떠밀었다.

종교는 국경이 없지만 종교인에게는 국가가 있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국가가 있기에 수행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확장된 개념이 국가이기에 옛날에는 충효가 그대로 종교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절에서는 새벽마다 선망부모와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선축원을 새벽 예불이 끝나면 반드시 올리고 있다.

지금 우리가 세계에서 이만한 대접과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순국선열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편협한 국가주의는 경계를 해야 하지만 뿌리를 모르고서는 세계의 주인이 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스님들은 일체중생을 부모로 섬기고 세계를 하나의 꽃으로 보고 정진하는 것이 본분이지만 그래도 가까운 인연을 따른다.

지금 유월의 하늘은 오로지 ‘대~한~민~국’ 이라는 뜨거운 함성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4년전 한일 월드컵에서 체험했던 그날의 감동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 코흘리게 어린아이부터 팔십 노인까지 이렇게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마음껏 외칠 수 있는 것은 순국선열들의 가호가 아닐 수 없다.

태극기, 대한민국, 부르면 부를수록 정겹고 눈물 나는 모국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태극기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업그레이드 시킨 획기적인 사건이 있었다. 월드컵 4강과 더불어 너무나 엄숙하고 관공서에서나 나부끼고 펄럭이던 태극기가 패션이 되었고 넥타이가 되었으며 심지어는 여자들의 앞가슴을 가리는 도구로도 선을 보였다. 정말로 큰 충격이었으며 대한민국 온 국민이 해탈하는 순간이었다.

고유명사 태극기와 대한민국이 보통명사가 되었으며 대웅전의 부처님처럼 모시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던 신성한 상징물이 우리의 몸으로 내려와 하나가 되었다. 마치 대웅전의 부처님이 세상으로 걸어서 내려와 모두가 부처임을 일깨워 해방 시켜준 날이었다.

그 동안 얼마나 부처님을 신성시 하여 스스로 복을 짓지 않고 복을 빌었으며 모든 중생이 부처임을 가르쳐 주었지만 부처되기를 거부하고 종노릇을 해왔던가. 전 국토와 국민을 해탈시켜준 둥근 축구공이야말로 바로 반야의 지혜였다. 모든 종교와 관념을 부수고 본래 금 그을 수 없는 인간이 그어놓은 국가라는 틀도 무너져 버렸다. 우리는 하나였으며 세계인이 되었고 세계일화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느낌과 흥분만으로 얻은 세계는 금방 사라지고 잊어버린다. 공은 둥글다는 진리가 다시 이 땅에서 보훈의 달 유월에 재현되고 있다.

선열들의 은혜를 생각하면서 불자들은 승부에 상관없이 경기를 즐기고 있으며 무심이 되는지 자신의 경계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경기를 보더라도 자기 자신을 살펴야 한다. 이러한 경계를 당해서 조금도 흥분하지 말아야 하며 들고 있는 화두를 놓쳐서는 안된다.

화두가 안되면 염불이라도 하면서 자기를 살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불보살님의 명호를 부르면서 지금 경계를 바로 알아차리면 마음이 다시 평상심으로 돌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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