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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紀 오류 방관 말고 고쳐야”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06.08.28 09:41
  • 댓글 0

WFB 한국본부, 조계종-종단협에 정정 요구
중국도 한국불기 차용…오류 확산 ‘악영향’

국제 공용 불기(佛紀)보다 1년이 앞서 가고 있다는 본지의 보도이후 교계 곳곳에서 “잘못된 불기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불교도우의회(World Fellow-ship of buddhists, 이하 WFB) 한국본부는 내년 6월 19일부터 경주 조선호텔에서 개최되는 ‘세계불교도우의회 사전 세미나’에 한국 불기 오류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 공식 개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불교종단협의회를 통해 조계종을 비롯한 각 종단에 공문을 발송, 불기 정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WFB 한국본부 임선교 회장은 “세계적으로 불기가 통일되고 있는 추세”라며 “우리가 명백히 불기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만큼 여러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WFB 한국본부 이사) 정사도 “그동안 불기가 공용 불기와 다르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그 원인이 파악되지 않아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다”며 “이번에 원인이 밝혀진 만큼 내년 WFB 세미나에서 정식으로 안건을 채택해 불기를 정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법보신문에서도 이번 기회에 잘못된 불기를 정정해야 한다는 댓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 독자 A씨는 “바로 고쳐야 했다”며 “일찍 고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죄하는 뜻으로 하루 빨리 고치라”고 요구했다. 또 인터넷 독자 B씨도 “지금까지 교계와 언론은 뭘 하고 있었는가”라며 “더이상 수수방관하지 말고 하루 속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계종 국제교류위원회 이치란(세계불교연구원 원장) 위원은 “우리의 주변국인 일본도 국제행사에서는 세계 공용 불기를 사용하고 있고 티베트 불교권은 1956년 결의 당시 ‘2500년’ 학설 채택의 일등 공신이기에 말할 것도 없다”며 “당시 티베트 불교권이 남방 불교의 ‘2500년’ 학설을 적극 지지했기에 북방 불교국가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이 것은 WFB 창립멤버인 미야바라 수석 상임이사와 티텐츄 말레이시아  대표, 스리랑카 말라라세케라 박사의 제자인 아난다 구루게 박사 등에게 직접 확인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수시로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던 종단과 언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동국대 이재창(명예교수) 이사는 “과거부터 강단에서 수차례 한국 불기의 오류를 지적해왔다”며 “1990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17차 WFB 대회에서도 WFB 중앙본부 임직원들이 한국의 불기가 WFB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재창 이사는 “서울대회 당시 WFB 한국본부 회장을 맡았던 고 박동기 교수가 1993년 1월 한국의 불기가 잘못 사용되고 있어 대회 직후 WFB 한국본부의 이사회를 소집하고 현 불기를 모두 정정하기로 결정한 후 각 종단에 정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며 “그럼에도 그 해 2월에 발송된 공문의 내용은 가을에 열린 종단 정기총회에서 논의되지 않았고 그 뒤로도 불기는 정정되지 않은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회 당시 WFB 한국본부 사무국장을 맡았던 이치란 위원도 “불기 사용의 문제 때문에 대회 기간 동안 WFB 중앙본부에서 작성했던 공동선언문을 제외한 모든 판촉물에 서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1980년경 태국을 방문한 이후로 잘못 사용되고 있는 한국의 불기를 조사해 왔다는 이치란 위원은 “국제 행사에 나갈 때마다 외국 대표들이 한국 불기에 대해 물어보며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정작 우리는 정정에 대한 논의 한번 없이 잘못된 불기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창피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불기 정정 요구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월 중국 항주에서 개최된 ‘세계 불교 포럼’의 팜플렛에 표기된 불기가 2550년이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며 “우리와 교류가 왕성한 주변국의 불기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불기를 정정해야 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중국불교협회 국제부 주임 보정 스님은 “중국에서는 불기에 대한 논의가 한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며 “최근 중국에서도 극히 일부에서 불기를 사용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고 그 연도는 한국과 동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중국불교에 정통한 한 전문가도 “중국 불교는 문화 혁명이후 불기와 같은 구체적인 체계를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지 못했기에 이미 사라진 많은 전통을 한국불교와 교류하며 복원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4월 세계 불교포럼에서 사용한 불기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으로 한국불교와의 교류를 늘려가고 있는 중국 측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를 위해 한국의 불기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잘못된 한국의 불기가 오히려 주변국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치란 위원은 “한국은 자신들이 스스로 근거로 삼았던 WFB의 공용불기를 틀리게 사용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라며 “시급히 정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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