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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망신시킨 ‘명예학위’

기자명 법보신문

기자수첩-이재형 기자

동국대가 예샤오원(葉小文) 중국 종교국장에게 명예철학박사학위를 수여하고 그의 책 『마음으로부터 시작하는 발길』이라는 중국의 종교정책 관련 책을 출간한 뒤 대형호텔에서 성대한 출판기념회도 열어주었다. 동국대 측은 “예샤오원 국장이 2006년 4월 중국 항저우에서 국제적인 종교행사인 제1회 세계 불교포럼을 주최하는 등 세계불교의 현안에 대한 토론과 국가 간 문화교류의 계기를 만드는데 크게 공헌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동국대의 명예학위 수여와 관련해 ‘실리’나 ‘이권’을 위해 동국대의 명예를 오히려 실추시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 속에 이루어진 세계불교포럼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불교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은 일찍부터 있어왔다. 특히 세계적인 종교지도자인 달라이라마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의혹은 더욱 설득력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실제 예 국장은 8월 24일 기자회견에서 달라이라마의 한국 방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달라이라마는 해외에서 조국의 분열을 책동하고 있으며 한국정부나 국민들도 중국인민의 감정을 손상시키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고 거리낌 없이 밝혔다.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열망하는 한국 불자들의 마음은 그에게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을 뿐더러 오히려 그러한 생각을 아예 접으라는 노골적인 압력이었다.

이러한 예 국장의 발언을 놓고 우리가 굳이 미주알고주알 따질 필요는 없다. 중국정부의 티베트 망명정부 및 달라이라마에 대한 정책이 늘 그래왔고 예 국장은 그러한 중국의 입장을 지극히 충실히 따랐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동국대다. 이러한 중국의 관리를 ‘국가간 문화교류의 계기를 만드는데 크게 공헌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명예학위까지 주는 게 과연 동국대에 명예스러운 일인가 하는 것이다. 중국의 눈치에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고승조차 우리 뜻대로 초청하지는 못하는 ‘속국’ 상황에서 불교종립대인 동국대가 앞장서 그러한 중국정부의 곤란한 입장을 알아서 옹호했기 때문이다.

동국대 대학원 학칙 제17조에는 ‘명예박사학위는 우리나라 학술과 문화에 특별한 공헌을 하였거나 또는 인류문화 향상에 공적이 현저한 자에게 수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 국장이 우리나라 학술과 문화에 특별한 공헌을 한 것도 아니고 인류문화 향상에 공적이 현저한 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학칙에도 적합한 인물은 아니다. 굳이 동국대가 중국불교의 성장을 기념하고 싶었다면 중국불교협회 회장 등 불교인을 선정했어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동국대 명예박사학위를 빌미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이권’을 챙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낳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명예스러워야 할 대학의 명예박사학위. 그러나 동국대의 97번째 명예박사학위는 동국대는 물론 불교계마저도 불명예스럽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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