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앞에 채식식당을
조계사 앞에 채식식당을
  • 정기웅
  • 승인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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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이 위치하고 있는 조계사는 서울의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사찰이다. 스님들이 서울에 오면 으레 조계사를 방문하고 많은 신도와 일반인들이 이곳에 모인다. 그런데 정작 조계사 주변에는 스님들이 편하게 식사할 장소가 없으며, 식당에 가도 스님들이 드실 채식 위주의 음식이 없다.

이웃 인사동에는 물론 두세 곳의 채식식당이 있으나 가격이 비싸거나 공연까지 하여 스님들이 가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스님들이 일반 음식점에 들어가 오신채를 쓰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한식집에서 스님이 백반을 먹을 때 상에 반찬으로 고기가 올라 있으면 스님이 그것을 먹은 것으로 오해를 하는 사례도 있다.

조계사 이웃의 인사동에 있는 어느 교회에서는 최근 지하에 채식 뷔페식당을 열어 종업원과 교회 신자들의 자원봉사로 운영하고 있다. 회원제로 하여 회원은 5,000원, 비회원은 6,000원의 가격이다.

자원봉사자에게는 교통비가 지급되며, 식당에서 사용하는 채소는 농민과의 직거래를 통해 철저히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을 구입하고 있다고 한다. 점심때 가보니 손님이 많았고 그곳에서 몇 사람의 안면 있는 화랑 주인들도 볼 수 있어 이곳 식당의 인기를 알 수 있었다.

불교 수행에 있어서 기본은 계(戒), 정(定), 혜(慧)이다. 계를 잘 지켜야 정에 들고, 정에 들어야 지혜가 생긴다. 계는 스님 신도 모두 잘 지켜야 한다. 수행을 하면서 계를 잘 지키지 않으면 공부에 진전이 없고, 수행단계가 높아질수록 계를 더욱 열심히 지켜야 한다. 비유적으로 걸어가다 잘못하여 넘어져도 상처가 크지 않으나, 빠른 자동차를 타고 가다 법규를 지키지 않으면 대형사고를 초래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먹거리에 관하여 『법망경』에는 십중계(十重戒)에 제1 죽이지 말라(不殺戒), 사십팔경계(四十八輕戒)에 제2 술 마시지 말라(飮酒戒), 제3 고기를 먹지 말라(食肉戒), 제4 오신채를 먹지 말라(五辛戒)는 계가 있다. 오신채는 마늘, 부추, 파, 달래, 흥거이다. 『불정경(佛頂經)』에 의하면 오신채는 익혀서 먹으면 음심이 일어나고 날로 먹으면 성내는 진심(嗔心)이 일어나는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수행에서는 전통적으로 채식을 강조하며, 수행자는 채식을 통하여 맑은 정신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인간의 장(腸)은 육식 동물의 짧은 장이 아니라 채식 동물의 긴 장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식생활에서 육식을 하지 않고 채식을 하면 장이 좋아지고 건강해진다는 것은 의학적 상식이다. 또한 채식은 육식보다 암이나 동맥경화와 같은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

신도들이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는 스님들이 수행에 불편이 없도록 돕는 것이다. 채식을 기본으로 하는 불교 사찰 조계사 앞에는 채식식당이 없고 교회에서 채식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고 불자들은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스님들의 먹거리에 대한 불편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으면서 스님들이 인사동에서 고기를 먹었다고 흉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보아야 한다.

스님들의 먹거리를 위하여 채식식당은 전국신도회나 신심 있는 불자가 운영하는 방안, 아니면 조계사 경내에 직영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으로 조계사 앞에 채식식당이 만들어져 스님들께서 서울에 오면 먹거리에 대하여 불편 없게 하고, 더 나아가 그 곳이 건강에 관심 있는 많은 일반 시민들이 불심을 느끼면서 채식을 즐길 수 있는 서울의 명소가 되길 바란다.



정기웅<국립경찰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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