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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하나가 열이고 열이 하나다

기자명 법보신문

사람의 삶은 인연의 어울림
개체와 전체 조화 지향해야

사람살이는 서로의 어울림에서 이루어진다. 사람이라는 존재만을 나타낼 때는 나 홀로로도 충분하겠지만 살이라는 삶을 누리게 하려면 최소한의 상대인 1대1로 시작되는 것이다. 우선 태어남 자체가 어미 자식이라는 상대가 있어 이루어진 것이니, 태어난 개체의 존재로서의 나 자신은 아무 의미가 없다. 몸을 나누어 주신 어머니가 있어 나의 존재가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를 일러 인연 따라 존재한다는 것이리라.

법성게에서 ‘제 본성을 고집하지 않고 인연 따라 이루어진다(不守自性隨緣成)’라 함이 바로 이를 말함이다. 나라는 것을 고집할 수가 없다. 나의 존재가 인정되는 순간부터 어머니라는 상대자인 남의 타성(他性)이 있어 이루어졌으니, 이 뒤로 이어지는 삶이 나라는 홀로의 존재로서의 자성(自性)만이 있을 수 없음이 당연하다. 어머니의 존재가 나의 존재의 출발이더니 바로 아버지라는 상대가 인정되어야 하니, 나의 인연 형성의 1대1이 바로 1대2라는 확장이 시작된다. 이렇게 하여 나의 존재는 1대X라는 한없는 확장의 인연을 형성하게 된다. 이 인연 따라 이루어진다는 진리는 내 삶의 순간순간의 변화이다.

나의 존재가 인연 따라 이루어진다 함은 무한의 X라는 숫자 속의 나 1이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 우리는 한 순간도 무한의 X라는 상대와 어울림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다. 결국 삶의 질서를 규정하는 모든 규범은 이 1대X의 수연(隨緣)의 적정성을 찾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 적정성을 찾는 마음 자세가 어떠해야 할까. 1과 X를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 이를 글로 표현한 것이 바로 “一中一切多中一”이거나 “一卽一切多卽一”, 하나 중에 일체가 있고 일체 중에 하나다 하거나,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라고 함이다. 결국은 무한의 X라 하더라도 1이 기본이다. 결국 무한의 1이 어울려 일체의 X가 된 것이다. 이 때 ‘~중’이라는 中과 ‘~곧’이라는 卽의 차이가 무엇일까. 中은 바로 인과의 원리이고, 卽은 자재로운 원리이다.

다시 하나와 많음의 어울림을 호주머니 속의 돈으로 상상해 보자. 내 호주머니에 1만원이 있다 한다면, 우리의 지폐 단위로 상상하면 지폐 몇 장이 들어 있다는 말일까. 만원 지폐 1장일수도 있고, 천원 지폐 10장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때 1:10의 값은 1:1의 동등이다.

이것이 바로 일중일체다중일이다. 만원은 천원 지폐 10장이 모인 것이니 1중의 10이고 천원은 만원 중의 1이니 10중의 1이다. 이것을 수학적으로 말하면 1×10이나, 10×1이 같은 셈이다.

사람살이의 삶이 바로 이런 인연의 어울림이다. 나의 하나에서 시작하여 가족이라는 한정된 숫자와 어느 수준의 사회 구성원의 숫자로 확대되어 나라와 세계라는 무한 공간으로 확산되면서 서로의 인연으로 형성하고 거기에 따른 구성원의 이름이 붙고 이름에 걸맞는 값어치를 갖게 된다. 나의 값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연 따라 형성된 집합체 안에서 나 하나의 몫으로 제공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중일체다중일인 것이다.

사람살이의 규범으로 예절이니 법률이니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 인연 형성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려는 갈래요 조합이다. 궁극적으로 개개인의 존재를 유지하려는 것이지만, 이 개개인의 어울림이 사회요 국가라는 큰 조직으로 만나게 되는 조합의 규율이다. 이 규율이 질서라는 틀을 유지해 주는 것이니, 이때에도 결코 하나가 일체요 일체가 하나라는 인연 결과를 도외시하고는 개체와 전체를 조화하는 틀을 잦지 못한다. 사회질서에 어수선함이 있다면 이 인연 결합의 첫 단계부터 잘못 이해한 탓이다.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sosuk0508@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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