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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떡볶이로 ‘군포교’ 낚는다

기자명 법보신문

12년 군장병 먹거리 보시 ‘청산회’

<사진설명>12년째 떡볶이로 군포교에 앞장서고 있는 청산회 회원들.

“아~매워, 좀 더 주세요.”
“아들! 체하니까 천천히 먹어.”

8월 27일 일요일 아침 9시 30분 청산회 회원 8명이 경기도 양주시 9200부대 호국 백호사를 찾았다. 청산회가 매월 넷째주 일요일 호국 백호사를 찾아 장병들에게 자장면, 순대, 쫄면 등 먹을거리 공양을 해온 것도 벌써 12년 째. 당시 상임 군법사 하나 없는 백호사에 청산회가 눈을 돌린 것은 자비의 집에서 만난 한 보살과의 인연에 의해서였다. 처음에는 변변한 방석도 없이 예불을 올리는 장병들에게 방석을 만들어 주다가 이제는 정기적으로 백호사를 찾아 음식을 해주니 군종병은 물론 장병들이 아예 ‘엄마’라고 부른다.

파, 떡볶이 떡, 고추장, 오뎅, 음료수, 양갱 등 음식재료와 간식거리를 어머니들 양손에서 건네받은 군종병들의 만면에 웃음이 번진다. 50여 명의 장병들이 법당에 그득히 앉아 예불을 드리는 동안 부엌에서는 청산회 회원 8명이 파를 다듬고 떡을 떼고 고추장을 물에 푸는 등 떡볶이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부엌 밖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군종병 지환웅(22) 상병은 벌써부터 군침을 삼킨다.

법회가 끝날 무렵이 되자 법당 안에서는 솔솔 피어나는 떡볶이 냄새가 장병들의 코를 간질렀다. “자, 맛있는 떡볶이 대령이오.” 떡볶이를 퍼주기 시작한지 20분 만에 큰 가마솥 두 개가 금세 동이 난다.

어머니와 함께 어릴 때부터 절에 다녔다는 양진택(22) 상병은 “떡볶이 맛이 100일 휴가 때 어머니가 차려준 밥맛과 똑같다”며 “부대에서도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법당을 빠져 나가는 장병들을 지켜보던 윤영희(55·상운심) 씨는 “봉사는 힘이 부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빠지기 일쑤다”면서 “그러다가도 아들 같은 장병들이 우리가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다시 백호사를 찾게 된다”고 흐뭇해했다.

청산회는 회장이 없다. 하지만 부처님의 자비를 봉사로 회향하겠다는 40대 우바이들 30여 명이 똘똘 뭉쳐 이제껏 아쉬운 소리 한 번 없이 13년째 자비불사를 이어 왔다.

청산회의 시작은 ‘청산회’란 이름을 받고 나서 본격화 됐다. 93년 당시 불기 닦기를 수행으로 여기던 이문희(55·금강심) 씨가 만월암 주지였던 선오 스님과 도봉산을 포행하다가 ‘항상 변함없는 청산처럼 초발심을 잊지 말고 살라’는 이름을 받은 것이다.

청산회는 그 해 30명으로 불어났고, 곧바로 자비행에 나섰다. 자비의 집에서 매주 화요일 반찬을 만들어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 계층에게 배달하기 시작해 94년부터 현재까지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매월 넷째주 수요일 소식지 발송 작업을 도왔다.

그리고 여름만 되면 생명나눔의 골수기증캠페인에 빠짐없이 자원봉사로 참여했다. 올해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화목회란 이름으로 수해 지역에서 복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오늘도 불단 아래 앉아 불기를 닦는 청산회의 모습 뒤에 부처님의 미소가 언뜻 비친다.
 
양주=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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