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명칭을 유가·도가와 함께 통일시키기 위해 ‘불가’로 표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가(家)’는 학파를 의미하고, ‘교(敎)’는 종교를 의미한다. 불교는 학파가 아니지 않는가.”
지난 9월 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주최한 ‘고등학교 도덕과 선택중심 교육과정 제2차 워크숍’에서 나온 동양윤리 전공자의 설명이다. 이날 워크숍은 앞으로 개정된 고등학교 도덕과 선택 교과서 개발 개정안을 확정하기 위한 마지막 모임이었다. 그 자리에서는 ‘동·서양윤리의 비율’, ‘유불도의 명칭 표기’ 등 많은 동양윤리 전공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차후 몇 년간 고등학생들의 윤리 교육을 책임지게 될 교과서의 개발을 논의하는 그 자리에 불교관련 전공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날 워크숍은 이미 어느 정도 개발 시안이 결정돼 있었기에 ‘공개’해서 진행됐고, 워크숍 참석도 ‘자유’였다. 즉, 사전에 워크숍에 대한 정보만 있었다면 누구나 참석 가능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워크숍에 참석한 한 동양윤리 전공자는 ‘정보력 부재와 무관심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동양철학계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이번 워크숍에 각 대학의 동양윤리 전공교수와 연구원들이 참가했다는 것이다.
이제 차기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의 개발 시안 논의는 끝났다. 앞으로 몇가지 과정만 거치면 내년에는 새로운 교과서를 만날 것이다. 새 교과서의 ‘불교 기술’에 문제점이 드러났을 때 교계의 반응이 궁금하다. 또 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결과만을 놓고 시비를 가릴 것인가? 물론 무반응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관심의 차이다. 어린이·청소년 포교를 논하기에 앞서 교육현장의 ‘불교’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교과서에도 불교계는 불교 왜곡에 절반의 책임을 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정하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