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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16

기자명 법보신문

자체성품 없는 ‘심무아성’을 깨닫는 것
마음을 자기 주인으로 보면 외도일 뿐

참선 수행의 목적이 견성성불에 있다고들 합니다. 견성이 곧 성불이라는 분도 있고, 견성했다고 해서 성불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견성이 성불인지 아닌지는 둘째 치고 우선 견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아마 오로지 참선에만 몰두하시는 분들이 들으면 견성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저를 크게 힐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견성의 경지는 말할 수 없어도 견성에 대한 견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우선 견성이라는 용어는 부처님이 설하신 말씀 가운데는 없고 중국에서 파생된 선종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견성이라는 말은 불교 교리에 나오는 용어가 아니라 선가에서 쓰는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견성이란 글자 그대로 성품을 본다는 말입니다. 이 때 말하는 성품이란 마음을 가리킵니다. 즉, 만법의 주체가 되는 마음을 바로보고 바로 깨쳐 일체의 미혹으로부터 떠난 것을 견성했다느니, 성불했다느니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견성을 참선의 목적으로 삼은 데는 그 연원이 따로 있습니다. 그 연원은 중국 선종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육조 혜능 선사로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어느 날 혜능 선사에게 한 수행자가 찾아왔습니다. 남악회양이라는 스님이었습니다. 회양 스님이 혜능 선사에게 참배를 하자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회양 스님이 “숭산에서 왔습니다”하니, 선사가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이에 회양 스님이 “설혹 한 물건이라고 해도 맞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고는 12년을 혜능 선사 곁에서 지내다가 활연히 깨닫고 남악의 반야사로 갔습니다.

이 일화를 미루어 짐작해보면 혜능 선사가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느냐고 할 때, 어떤 물건은 다름 아닌 마음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견성은 다른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일체를 알고 일체를 분별하고 일체를 행하는 주인공으로써의 마음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 말대로라면 수행자는 자연히 마음을 보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만약 마음을 보는 노력을 했다면 분명히 마음을 관찰하는 수행을 했을 것입니다. 여기서 기이한 일은 회양 스님은 정작 견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보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회양 스님은 혜능 선사의 몇 말씀 끝에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혜능 선사의 이와 같은 한 물건이라는 용어가 후대에 이상한 뜻으로 둔갑되었다는 점입니다. 혜능 선사가 질문하고자 했던 한 물건은 남악회양이 항상 쓰고 있던 평범한 마음이었습니다. 혜능 선사는 바로 지금 이렇게 앉기도 하고 서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지금 나에게 예배를 올리는 그 마음은 무엇이냐고 물은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 한 물건으로써의 마음은 어느덧 실체화가 되어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해서 볼 때 정법으로부터 빗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항상 강조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하면 일체처 일체시에 항상 작용하는 이 마음은 조건을 따라 일어난 허망된 놈으로, 의지하거나 찾거나 얻거나 할 수가 없는 놈입니다.

따라서 마음을 바로보아 견성을 했다면 마음은 참으로 있는 놈이 아님을 바로 깨달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수행자들 사이에는 마음을 참으로 있는 놈이라는 견해를 지어 마치 그것을 찾고 그것을 얻기만 하면 부처를 이루게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위험스럽게도 마음을 영원하다고 보는 견해, 자기의 주인이라고 보는 견해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견성이란 무엇인가. 바로 마음을 보되, 마음 역시 연기된 존재로 자체 성품이 없다는 ‘심무아성을 깨닫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만약 이 이치를 벗어났다면 그것은 정법 속의 외도라 할 것입니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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