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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력보살이여 다시 오소서”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06.10.20 10:19
  • 댓글 0

정천 대종사, 영결 및 다비 엄수
1000여 명 참가, 원적 애도

50년간 고성 문수암에 주석하며 은사인 청담 스님의 가르침을 쫓아 살아오다 지난 10월 15일 원적에 든 조계종 원로의원 휴암당 정천 대종사의 영결식과 다비식이 엄수됐다.

낮밤의 기온차로 유난히 짙은 안개가 낀 10월 19일, 경남 고성 청량산 문수암 영결식장은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정천 스님의 생전 미소처럼 고요하고 차분한 가운데 의식이 진행됐다.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봉행된 정천 스님의 영결식은 명종 5타에 이어 영결 법요, 헌다 및 헌향, 행장 소개, 추도 입정 및 정천 대종사 육성 법문, 영결사, 법어, 추도사, 문도대표 인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조계종 종정 법전, 원로의원 진제, 보성, 동춘, 혜정, 고산, 지혜, 총무원장 지관, 교육원장 청화, 중앙종회 수석부의장 장주, 쌍계사 주지 우담,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 등 제방 원로 대덕 스님을 비롯, 손안식 중앙신도회 상임부회장, 허익구 청담사상연구소장 등 재가 대표자 등 사부대중 1000여 명이 참석해 스님의 열반을 추모했다.

원로의원 진제 스님은 원로회의장 종산 스님을 대신한 영결사를 통해 “스님은 평생을 이판으로 살며 제방 납자들에게 모범이 됐으며 잠시 사판의 길을 걸으실 때에도 공심과 애종심에 어긋남이 없었던 원력보살”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사진설명>정천 스님 영결식.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영결법어를 통해 “종사와 산승은 봉암사 선원을 비롯하여 여러 회상에서 정진을 같이 한 천재난봉(千載難逢)의 도반”이라며 “종사의 신령스러운 주인옹(主人翁)은 시작이 없으면서 법계에 가득하다”고 밝히며 정천 스님의 삶을 회상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추도사를 통해 “스님께서는 항상 잠들기 전이나 일어나기 전에 삭발한 머리를 쓰다듬고 초발심을 되새기라 하셨다”며 “스님의 당부대로 종단을 ‘은과(恩果)의 법을 믿고 열심히 정진하는’ 수행 풍토로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설명>다비를 위해 이동하는 스님의 법체.

문도대표 성혜 스님은 “정천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더욱 정진하겠다”며 영결식에 참석한 사부대중 앞에 감사의 다짐을 밝혔다.

영결식에 이어 영결식장 아래 마련된 문수암 연화대에서 정천 스님의 다비식이 거행됐다. 장의 행렬에 따라 하얀 연잎을 위주로 만들어진 연화대 안으로 옮겨진 스님의 법구는 ‘거화’의 외침과 흰 연기와 함께 지수화풍으로 돌아갔다. 다비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천 스님의 덕화가 허공에 나툰 듯 하늘에는 해무리가 생겨 다비장은 사부대중의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휴암당 정천 대종사는 1930년 2월 부산 동래구 복천동에서 태어나 1946년 10월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다음해 4월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청담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50년 3월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한 스님은 1953년 1월에는 동학사 강원에서 운허 스님을 모시고 대교과를 마치기도 했다.

스님은 1948년 해인사 가야총림 효봉 선사의 회상에서 지낸 동안거를 시작으로 평생 수행납자의 삶을 살아 온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수좌였다. 스님은 봉암사, 범어사, 묘관음사, 문수암, 운흥사 낙서암, 보리암 좌선대, 해인사 중봉토굴, 고견사, 청암사 수도암 등 전국 제방 선원에서 20하안거를 성만했다. 정천 스님과 현 조계종 종정 법전 예하와 함께 수행할 당시, 산을 넘던 두 스님 앞에 개미떼가 나타나 길을 가로막자 코앞의 도착지를 두고서 30리 길을 되돌아갔다는 실화로 후학들에게 자주 회자된다.

<사진설명>스님의 다비식이 이뤄지자 햇무리가 떴다.

정천 스님은 또한 수행과 포교와 불사가 다르지 않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했다. 1962년 10월 문수암 주지를 맡은 스님은 1, 2차에 걸쳐 문수암을 중창하고 청담 스님 사리탑을 조성했으며, 1983년 고성 하일면 수양리에 수태산 보현사를 창건, 지난해 약사대불을 조성했다. 이밖에도 쌍계사 주지,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은해사 주지 등을 지내기도 했다.

1997년 12월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추대된 정천 스님은 2004년 해인총림에서 대종사 법계를 품서 받았으며 지난, 10월 15일 세연이 다함을 알고, 임종게를 남긴 후 오전 5시 35분 문수암에서 홀연히 원적에 들었다. 스님의 세수 77세 법랍 60세의 일이다 .

뚜렷이 홀로 밝아 모양이 없는 자여(歷歷孤明勿形者) / 본래 생사가 없어 가장 당당하도다(本無生死最堂堂) / 환화의 삼계에 임의로 오고가니(幻化三界任去來) / 천상천하에 누가 능히 당하리요(天上天下誰能當)

스님의 육신이 지수화풍 4대가 되어 흩어지던 순간 스님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문수암 추녀 끝 풍경만이 바람에 몸을 실어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사진설명>정천 스님 다비식.

고성 문수암=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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