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선 위한 최후 방법 전쟁 뿐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 보름을 지나고 있다. 전쟁의 동기부터 그리 객관적이지 못하더니 평화를 갈구하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전쟁으로 인해 저마다 분열하고 긴장의 국면을 맞고 있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명분도 약하고 결국엔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통치자의 어리석음은 선량한 많은 사람들을 고통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다. 연일 언론을 통해 쏟아지는 전쟁의 정보들은 이미 우리도 전쟁의 한 복판에 서있음을 부정하기 힘들 정도이다. 이유도 모르는 포탄의 파편에 신음하는 어린이의 사진들이 공개되면서 더욱 전쟁이 빨리 끝나야한다는 당위성에 공감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할 ‘어린이’를 가공할 파괴력의 원천인 포탄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범죄일 수 밖에 없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일수록 부처님의 가르침이 너무나 돋보이는 것은 필자가 스님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영 연합군에 의한 이라크 전쟁은 몇 가지 이유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전쟁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그 첫 째이다.

빈 라덴을 잡는다고 그렇게 큰소리치던 미국의 자존심은 지난 아프간 전쟁으로 여지없이 구겨지고 말았다. 최첨단을 자랑하던 각종 무기들도 결국 한계를 드러냈으며 이라크 침공에서 그 체면을 세워 보겠다며 계속 공격을 퍼붓고 있으나 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의 착각은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아픔만을 던져줄 뿐, 미국이 명명한 이번 전쟁의 이름처럼 ‘이라크의 자유’나 ‘세계의 평화’와는 십만 팔 천리나 멀리 떨어져 있다.

둘째로는 ‘끝없이 계속될 인과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자비심만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인욕으로서 보살은 더 큰 보살이 되는 것이다. 그토록 상처받게 한 저 어린 아이의 가슴에 남을 미국에 대한 증오가 훗날 또 다른 9·11 테러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있겠는가. 이미 수많은 빈 라덴을 만들었다는 기사가 공공연히 보도되는 현실에서 오늘은 가시적으로나마 미국의 승리로 비쳐지겠지만 곧 다가올 멀지 않은 미래에 저 아이들의 한(恨)이 미국을 아름다운 나라로만 볼 것인가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하다.

그래서 부처님은 좬증일 아함경좭에서 “설사 허공을 땅으로 만들고 땅을 허공으로 만들 수 있다해도 이미 뿌려놓은 인연의 씨앗은 썩어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나니, 인연이 무르익는 날에는 반드시 받아야 하리”라고 설하셨다.

셋째 내 욕심을 위해 남의 잘못을 빌미로 자행되는 부도덕의 문제이다.

이번 전쟁에 많은 이들은 미국이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일으켰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전쟁 중에도 유전 확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부도덕의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걸프전 때 열화우라늄 탄을 사용함으로써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선천적인 기형아 출생과 암을 유발시키는 것이 문제인데 그 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열화우라늄 탄을 사용해 왔다는 사실은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주는 선례이다. 또한 유엔 안보리를 무시하는 오만한 미국이 세계 평화를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언제나 평화와 안락을 추구하는 부처님은 원수를 원수로 갚으려하거나 원한을 원한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은 어리석음 중에서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이르셨다. 원수나 원한은 끝없는 악 순환을 가져올 뿐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악의 없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어떤 의도나 선입견이 배제된 상태의 순수에서 진정으로 이 전쟁이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전쟁이 최선을 위한 최후의 방법이 될 수는 없다.



심 산 스님(sshyd@hanmail.net)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