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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병에 따라 약을 주다

기자명 법보신문

절망 빠진 사람에 희망 되어준 化成
대중-나라 이끄는 도사도 방편 찾아야

사람은 혼자는 못 산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울림 속으로 묻어들게 마련이다. 태어나는 순간 어미 자식의 관계가 자연스러이 아비 자식으로 이어지면서 가족의 일원으로 성장하여 형제자매의 횡적 확장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가정의 울타리를 삶의 방편을 찾으면서 불가불 벗어나야 하니, 이것이 사회라는 모임이요, 이를 공적인 조직으로 확대하면 나라요 세계라는 무한의 공간의 된다.

이러한 모임의 공간이 크든 작든 거기에는 이 모임을 이끌어야 하는 어른이 자동적으로 존재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어른을 집에서는 집의 어른이라 하여 ‘가장’이라 하니, 이 가장의 구실을 아버지가 맡게 마련이다. 일정한 인위적 모임에는 모임의 어른이니 ‘회장’이라 하게 되고, 믿음이나 정신적 귀의처에는 나름의 이름이 있어, ‘스님’이거나 ‘목사’ ‘신부’라는 이름으로 길잡이의 스승 역할을 담당하는 ‘도사(導師)’가 있다.

사람살이의 가장 큰 덩이가 나라이기에 이 나라의 도사의 이름은 특수하게 하여 옛날에는 임금이요 왕이요 황제라 하는 거룩한 이름을 부여받았다. 오늘날에는 만민의 평등을 강조하여 그저 조직의 우두머리라는 의미의 ‘수장(首長)’적 칭호로 수상, 대통령 등의 우두머리적 의미만을 간직하게 되었다. 칭호야 어찌되었건 결국은 하나의 큰 덩이살림을 이끌어야 하는 도사의 역할을 맡은 것은 틀림이 없다.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조직된 하나하나의 무리를 이끄는 도사는 그 조직원의 현 상황에 맞는 영도적 인도에 항시 쉴 틈이 없는 것은 그에게 짊어지워 준 의무이다. 조직의 현 상황이란 한 개인의 몸 상태와 같다. 사람 사람의 상태란 때로는 병이 나기도 한다. 이러한 병에는 거기에 맞는 적합한 약이 있다. 이 적합한 약을 처방하는 것이 병원에서는 의사이듯이 조직원에게는 그 조직을 이끄는 도사의 몫이다. 이를 일러 ‘병에 따라 약을 준다(應病與藥)’ 한다.

믿음의 조직을 이끄는 스님은 바로 이 약 처방을 내리는 도사인 것이다. 지금이라는 이 시간적 공간의 중생들이 어떠한 병에 걸려 있는지 정확한 진단으로 거기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한다. 기실 믿음으로 모여진 무리는 정신적 청량제를 갈구하는 환자의 모임이다. 요구되는 청량제의 갈증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나름대로 갈망하는 수치가 있다. 이 수치를 잘 헤아려 약을 처방할 의무는 도사인 스님에게 있다. 지금도 신도의 정신적 위안을 위하여 염불 기도하는 스님, 법문으로 중생의 무지를 일깨우는 스님, 여러 가지 다양한 방편으로 처방문을 내리는 스님들의 노고에서 우리의 정신적 고뇌의 갈증은 줄어들고 있다.

조금더 조직을 확대해 보면 나라라는 큰 덩이의 살림이 있다. 이 살림을 맡은 분을 대통령이라는 직함으로 부른다. 대통령이 이끄는 도사의 역할이 어마나 어려울까 하는 것을 가끔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것이 『법화경』의 ‘화성유품’이다. 지극한 보배의 처소로 가기 위하여 지나는 길이 험난하고 멀어, 의욕이 상실된 대중들은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푸념을 해댄다. 지혜로운 도사는 하나의 방편을 찾아 조화로 성 하나를 지어내어 쉬게 하니, 대중들은 휴식으로 피로를 풀며 즐거워 한다.

도사는 이 성을 허물고 다시 대중들에게 조금만 더 가면 더 큰 성이 있다 하여 그들을 다시 인도한다. 이 조화된 성인 화성(化城)은 절망하려는 병에 걸린 대중에게 준 영약이다.

오늘 우리에게도 어쩌면 이러한 조화의 성인 화성을 요구하는 갈망이 있는 것이 아닐까. 영도자의 방편적 영약은 앞으로 전진을 위한 대중적 휴식의 이 화성을 지어주면 될 듯하다.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sosuk0508@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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