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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22

기자명 법보신문

몸·마음 현상 알아챔이 깨어있는 것
마음 몰입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관찰

수행에 있어 흔히 깨어있으라는 말을 듣습니다. 어떤 것이 깨어 있는 상태입니까?

깨어 있다는 말은 말 그대로 깨달아 있다는 뜻입니다. 중생의 마음은 늘 무지의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중생은 하루 종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며 살아가면서도 정작 자신의 몸과 마음의 본성이 무엇인지 모른 채 오직 대상에만 매달립니다.

무지는 탐욕과 진애와 혼침과 공포와 도거 등의 온갖 번뇌를 수반하고 중생을 속박하여 생사의 갈래에 빠지게 합니다. 따라서 깨어 있다 깨달아 있다는 상태는 비록 부처님이나 아라한처럼은 못되었어도 늘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 특히 마음의 현상을 투철히 알아채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설혹 마음이 갖가지 번뇌를 일으킨다 할지라도 일어나는 번뇌의 모습들을 알아채고 있다면 그래도 깨어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우리에게 이와 같이 당부합니다. ‘수행자들이여, 그대들의 마음에 감각적 쾌락이 생겨나면 나에게는 감각적 쾌락이 생겨난다고 분명히 알고 분노가 생겨나면 분노가 생겨난다고 분명히 알고 해태와 혼침이 생겨나면 해태와 혼침이 생겨난다고 분명히 알고 흥분과 원망이 생겨나면 흥분과 원망이 생겨난다고 분명히 안다. 뿐만 아니라 수행자들이여 수행에 있어 마음에서 기쁨이 생겨나면 나에게는 기쁨이 일어난다고 분명히 알고 안락이 생겨나면 안락이 생겨난다고 분명히 알고 집중이 생겨나면 집중이 생겨난다고 분명히 알고 고요함이 생겨나면 고요함이 생겨난다고 분명히 안다’

이 부분은 우리들에게 수행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주는 아주 중요한 말씀으로 깨어 있음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줍니다. 불교 수행은 지혜를 중시합니다. 아무리 천만겁을 앉아서 좌선을 한다 해도 지혜를 갖추지 못하면 범부 중생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지혜는 이렇게 마음을 알아채는 공부에 의해 생겨나는데 이러한 공부를 혜학이니 위빠싸나니 관법이니 하는 것입니다. 워낙 이름과 함께 법력이 높으셔서 구업을 짓는 것이 아닌가하는 망설임도 있습니다만 책망을 듣더라도 감히 비교를 해야겠습니다. 여러분도 익히 들어 아시는 조선 인조 때 진묵대사에 대한 일화입니다. 그야말로 지혜와 신통이 뛰어난 고승이지만 한 가지 일만은 불교수행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듯 합니다.

진묵대사께서 전라도 부안의 월명암에 머물 때었습니다. 시자 스님이 제사를 지내러 가면서 “제가 공양을 준비해 놓았으니 때가 되면 드십시오” 했습니다. 이때 진묵대사는 창가에 기대 앉아 능엄경을 읽고 계셨는데 시자의 이 같은 말에 알았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런데 시자가 돌아와 보니 진묵 대사는 전날처럼 그대로 앉아 경을 읽고 있으면서 선정에 들어 있었습니다. 바람에 문이 흔들려 문지방 사이에 손가락이 찧어 피가 흐르는데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상위에 준비 해놓은 공양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시자가 급히 몸을 흔들어 문안을 올리자 진묵대사는 그제야 삼매에서 깨어나 왜 여태까지 마을에 가지 않았느냐고 반문하였습니다.

대사의 선정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보통 사람으로써는 따라 갈 수 없는 뛰어난 삼매경계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그러나 여기서 발견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삼매의 경지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진묵대사에게 마음에 대한 알아챔이 결여 되었다는 점입니다.

대오하신 선지식임에도 불구하고 전해오는 얘기대로라면 이때 상태만은 엄밀히 말해 몸과 마음의 경계를 잊을 만큼 삼매에 들었으나 삼매에 빠져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깨어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 말이 잘 못 되었는지는 위 부처님 말씀에서 비춰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깨어있기 위해서, 깨달아 있기 위해서는 마음의 몰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알아챔 즉 마음 관찰에 있다는 점을 아시기 바랍니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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