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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23

기자명 법보신문

시비 버리라고 하여 멍청이 되면 안돼
분별과 차별에 애착없는 마음이 중요

수행을 지도 하시는 선지식들의 법문을 접하다 보면 분별심을 버려라 혹은 차별심을 버려라하는 말을 흔하게 듣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모든 분별이 쉬어 지겠습니까?

그렇게 가르치시는 분의 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만 그런 말은 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저도 불교 일을 하면서 분별을 하지 말라 차별을 두지 말라 는 말을 많이 들어 왔습니다.

선악 분별을 끊으라느니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라느니 밉고 곱고를 두지 말라느니 하면서 수행인들에게 일체의 생각을 쉴 것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르침에 대해 저는 개인적으로 무조건 동의 할 수없습니다.

그 까닭은 이 말들에 중생의 인식구조와 삶의 현실을 무시한 경향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부처님께서도 말과 생각으로써는 깨달음의 경계에 들어 갈수 없다고 많은 경전에서 가르치셨고 역대의 조사들께서도 따지고 분별하는 마음을 두지 말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와 같은 가르침을 좀더 숙고하지 않은 채 너무 단편적인 견해에만 머물러 쓰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한 분도 상식적으로 판단 해보시면 알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길을 갈 때 신호등의 불빛을 분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며 물건을 고를 때 비싸고 싸고를 따지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또한 자신과 마주 하고 있는 사람이 양심을 버린 사기꾼이라 할 때 그 때도 선악 분별이 없어야 합니까? 선정삼매에 들거나 멸진정에 들지 않은 상태라면 몰라도 아무리 수행을 하여 부처님 이상과 같이 되었다 해도 이 경계는 못 벗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행에 있어 시비를 버려라 분별을 버려라 하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를 말해 봅시다. 우리들은 좋은 의미이건 나쁜 의미이건 계속해서 분별과 차별을 지으며 살아 가고 있습니다.

중생의 인식구조는 육근으로 이루어져 있고 육근은 대상인 육경과 마주치게 되어있으며 육근과 육경이 마주치면 갖가지 의식이 발생하면서 느낌이 따라오고 분별이 따라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 합니다.

부처님도 살아 계셨을 때 의식이 있고 느낌이 있고 분별이 있었으니까 중생에게 의식과 느낌과 분별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문제는 부처님과 달리 중생은 자신에게서 이와 같은 분별이 일어나면 일어 나는 것으로 끝이 나지 않고 그것을 자아라고 착각하여 거기에 갈애와 집착을 수반 한다는 사실입니다.

죄가 있다면 분별이 죄가 아니라 중생의 착각과 갈애와 집착이 죄가 됩니다. 따라서 수행 역시 자신의 마음에 분별을 끊는 것이 아니라 그 분별에 짙게 배어 있는 무지와 집착을 끊어야 됩니다. 모든 분별하는 마음은 본질이 무아이며 공입니다. 일어나지만 실체가 없어서 조금도 집착 할게 못 됩니다.

여러분들이 일으키는 분별은 남을 해롭게 하는 마음이 아니면 그게 차별심이건 분별심이건 크게 문제 될게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갖가지로 분별을 하되 분별이 나 아님을 알고 거기에 갈애가 일어나지 않고 집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때의 분별은 분별이 아니고 차별은 차별이 아니게 될 것 입니다.

참된 분별없음과 참된 차별 없음은 분별과 차별을 일으키지 않는 곳에 있지 않고 일어난 분별과 차별에 나 없는 도리와 애착 없는 마음에 있습니다. 시비를 버리라고 하여 졸지에 멍청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개성도 없고 정의감도 없고 판단력도 없는 사람을 지혜롭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의 오른 판단조차 죽이는 게 불교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혜로울수록 세상을 보는 안목이 밝아져 정과 사를 분별하고 시와 비를 나누어 어둠을 밝힙니다. 분별 속에서 분별없는 이치를 보시기 바랍니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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