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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스님]관세음보살의 가피

기자명 법보신문

믿음은 모든 공덕의 어머니

약 200년 전, 중국의 백수동 마을에서 있었던 일. 백수동에 언제부턴지 은광이 발견되어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큰 마을을 이뤘고, 이들은 은을 캐서 가까운 큰 곳으로 나가 돈과 바꿔 생계를 이어갔다. 그렇지만 생활이 풍족한 것은 아니어서 항상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처지였고, 더더욱 굴속에 들어가 심한 먼지를 뒤집어쓰며 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굴 밖의 아래쪽에는 갱 일을 마치고 몸을 씻을 물을 계곡에서 끌어들여 웅덩이를 여럿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이곳에는 항상 맑은 물이 고여 있기 마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한 웅덩이에, 그것도 한 낮에 선녀처럼 아리따운 젊은 여인이 하얀 옷을 입은 채로 들어가 몸을 담그고 있었다. 이 일은 곧 마을에 알려져 전부 웅덩이 근처에 몰려들었고, 갱에서 일하던 사람들까지 소문을 듣고 모두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태연하게 목욕을 하는 여인을 기이하게 구경을 하는 찰나였다.

갑자기 뒷산에서 우뢰와 같은 소리가 나더니 탄광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놀라 그곳을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여인은 온데간데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생사를 확인해 보니 나이든 노인 한 분만 보이지 않고 모두 무사했다. 수백 명의 목숨을 관세음보살이 구했던 것이다.

그렇게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산나물을 캐던 사람들이 땅 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고 땅을 파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8년 전에 실종됐던 노인이 앉아 있는 것이었다. 은광이 폐광되면서 찾을 길이 없던 노인이 8년을 그 땅 속에 살아있었던 자초지종을 노인에게 듣게 되었다.

광이 무너지면서 이 노인은 작은 구덩이 속으로 떨어졌는데, 한참이 지나자 좀 밝아졌다. 좀 있으니 흰 쥐 한 마리가 나타났고, 주위를 돌아보니 평소 집에서 사경하며 만든 「관세음보살 보문품」 족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 흰쥐가 가끔 한 글자를 혀로 핥는 것이 보였다. 나도 한번 따라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글자를 핥아보니 신기하게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리고 지루하다는 느낌도 없었다. 그래서 쥐와 노인이 번갈아가며 글자를 하나하나 핥아왔고 그렇게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자신도 신기한 일이어서 「관세음보살 보문품」 족자를 살펴보았더니 글자가 단 한 줄 남아있을 뿐이었다. 평소 「관세음보살 보문품」 사경을 했던 노인이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관세음 보살님의 가피로 글자가 식량이 되어 8년을 굴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장자는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불가사의한 세계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하여 없는 것은 아니다. 믿음은 모든 공덕의 어머니임을 잊지 말자.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dharm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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