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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25

기자명 법보신문

자신이 깨달음을 인식하면 그건 아상
자칭 깨달았다는 사람에게 속지마라

근래에 들어 불교 안팎으로 수행단체가 생겨나면서 자신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해도 되는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스스로 자신이 그렇다고 말 하는데 대해서 제가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나름대로 수행을 하여 어떤 체험이라도 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말을 함부로 하게 되면 대 망어 죄를 지어 미래세에 남과 자신을 큰 괴로움에 빠지게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능엄경에서 스스로 상인의 법을 얻었다고 자처하는 이들은 모두 바른 수행자가 아니니 결코 따라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또 원각경에서 수행자의 마음 가운데 조금이라도 깨달았다는 자취가 있으면 이는 깨달음이 아니라 모두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여러분도 잘 아시는 금강경에서도 아라한은 아라한이라는 소견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중생의 상식에서는 깨달음을 이루게 되면 깨달은 자가 있고 깨달은 경지가 있어 누가 무엇을 이루어 안다는 소견을 짓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완전한 깨달음은 이러한 경지가 아닙니다.

깨달음 속에는 깨달았다고 느끼는 자신과 깨달아 알고 있는 내용들이 모두 허공의 꽃과 같아서 본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원각경에서는 능각과 소각이 끊어져 적멸하다 하였습니다.

만약 누가 수행을 하여 깨달음을 느끼고 있거나 누리고 있다면 그것은 깨달음이 아니라 자기라는 상에 의해 나타나고 있는 또 하나의 그림자라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서 깨달음에 대해 자신이 깨달음을 인식하게 되면 그 깨달음은 진정한 깨달음이 아닌 아상 이라는 것입니다.

깨달음은 인식 되는 순간 이미 망상이 되므로 스스로 깨달았다고 말하면 자신은 미혹한 사람임을 선전하는 꼴 밖에 되지를 않습니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었다면 물이 되었다고 여길 어름이 없는 것처럼 깨달음은 자아를 벗어났으므로 깨달은 나가 있을 수 없습니다.
백장스님이 어느 날 산책을 하고 암자로 돌아오자 스승인 마조선사가 “어디를 다녀오느냐”고 물었습니다.

백장스님은 “잠시 언덕 넘어 산책을 하고 왔다”고 하였습니다. 마조 선사는 “혹시 그곳에 갔을 때 어떤 사람 하나를 만나지 못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백장스님이 “만나지 못하였다”고 하자 마조스님은 “왜 틀림없이 있었을 텐데 만나지 못했느냐”고 하였습니다.
백장스님이 “혹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때 말씀드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마조선사가 “네게 묻는 내가 글렀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말에 백장스님이 “아닙니다, 스님 제가 못된 놈입니다”하고 답 하였습니다.

이 두 분의 대화를 보면 참으로 이상한 문답도 있구나 하고 생각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답 속에 그야말로 깨달음의 요긴한 이치가 숨어져 있습니다.

스승 마조 선사는 제자 백장스님의 산책을 이용하여 교묘한 선의 이치로 백장스님의 수행 경지를 테스트 하였습니다.

언덕 넘어는 무엇이며 만났어야 할 사람은 누구 입니까?

바로 자신을 벗어나 보아야 할 주체로써의 참 성품인 깨달음 입니다. 그런데 백장스님은 한사코 걸려 들지를 않습니다.

스승의 질문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백장은 이미 만났어야 할 사람조차 벗어났던 것입니다. 그러니 글렀다고 할 수밖에 없었고 못된 놈이라고 밖에 할 수 없던 것입니다.

정법 말세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행자들이 설혹 정법을 깨쳤다 할지라도 스스로가 깨달았다고 여기면 그는 말세의 중생이라는 의미 입니다.

자칭 깨달았다고 하는 사람에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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