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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올바른 주인이 되자

기자명 법보신문

정치인 많아도 바른 정치인은 없는 사회
자신 이름 걸맞게 실천하는지 성찰해야

사람살이에는 항시 상대가 있어야 하니, 그 상대에 따라 주어지는 이름이 다르고 그 이름에 따라 실행해야 할 몫이 뒤따른다. 이 주어지는 몫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사람살이의 바른 행위이다. 이를 일러 사회생활의 윤리 질서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몫을 충실히 이행할 때의 마음 자세는 항시 내가 이 행위 질서에 중심에 서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니, 그런 마음 자세는 어디에서나 주인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실현할 수가 있다.

오늘의 우리 사회에는 이름은 있으되, 그 이름에 걸맞는 몫을 바르게 실행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정치인은 많아도 바른 정치는 보기 힘들다거나, 사회 각층에 지도자는 많으나 지도를 받을만한 인도자로서의 목자(牧者)의 구실은 보기 힘들다거나, 학자는 많은데 올바른 학문의 정의는 보기 힘들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는 바로 주인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주어진 이름의 주인이면서도 그 이름의 몫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주인된 실상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은 상대된 나그네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내게 주어진 이름의 상대인 나그네가 누구인가를 먼저 이해하여, 나 주인의 행위가 저 나그네에게 얼마나 편하게 하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주인의 몫은 바로 상대인 나그네를 편하게 하는 데에 있다.

오늘 우리의 정치인들은 자신만을 위하는 주인이지 나그네인 국민은 전혀 의식에 없는 것 같다. 날이면 날마다 그들의 정당이나 정책을 챙기기에 바쁘지 서민 대중을 위하는 일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가장 상층으로 올라가서 국가의 수반이신 대통령께서 외교를 위하여 이웃나라로 떠나시면서 소속 정당을 챙기시는 당부를 하셨다는 보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소시민으로서는 그 해답을 찾지 못하겠다. 집권 정당이 잘 되면 나라가 편하다는 상식적 지식도 없는 소시민이기에 이해 못한다 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 수반은 나라의 주인이지 정당의 주인일 수 없지 않은가. 이 주인의 나그네는 국민이지 당원일 수가 없다는 생각에서 국민의 미립자인 이 소시민으로서는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나라라는 큰 덩이가 하루 아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의 가정이 있어 이루어진 큰 덩이살림이라 한다면, 하나 하나의 가정이 잘 되어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의 가정이 불안정하여 국가도 불안정한 것이 아닌지 극히 조심스럽다. 오늘 우리의 가정은 주부라는 명칭은 있으되 주인으로서의 부인은 없는 듯한 인상을 느끼게 한다. 주부란 글자 그대로 한 가정의 주인이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가족의 구성은 한 여인의 주관 속에 그 가정의 평화가 유지된다. 이 평화의 기본 요소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사랑이다.

아주 쉽게 말하여 주부란 한 가정의 사랑의 공급자이다. 한 가정의 중심에 서서 위 아래로 사랑을 공급해야 그 가정이 평화로워 진다. 주변에서 많이 듣고 보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주부의 사랑의 공급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인으로서의 주부의 상대적 나그네는 가족이다. 가족의 식생활로서의 영양이 아니라, 화합으로서의 사랑의 영양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간혹 주부로서의 주인이 사랑을 독점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이름만이 주부이지 주부의 몫을 모르는 짓이다. 주부는 사랑의 공급자이지 사랑의 수급자가 아니다. 내 사랑을 나그네인 가족에게 다 나누어 주는 것이 주부의 몫이다.

불교에는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처지에 따라 주인이 되라는 말이다. 어디 어느 곳에서라도 주인의식으로 제 몫을 해야 한다. 주인은 나그네를 편하게 하는 것이지, 나그네로부터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다. 오늘도 수 없이 만나는 나그네에게 사랑을 제공하는 주인이 되자.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sosuk0508@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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