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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가축사업과 육식문화

기자명 법보신문

인간의 욕심 채우기 위해
대규모 가축사업 갈수록 확산
조류독감으로 가축들만 희생
종교, 무분별한 육식문화에 침묵

중국 제(齊)나라 때의 이야기입니다. 제나라 신하 장포(莊暴)에게 ‘국왕으로부터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무엇인가 그것에 대해 대답할 바가 없었다’는 하소연을 들은 맹자(孟子)가 다른 날 국왕을 만나 이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일이 있습니다. 맹자는 ‘국왕이 음악을 좋아하면 제나라는 (발전을)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홀로 음악을 즐기지 말고 여러 사람들(백성)과 더불어 즐기라’고 권했습니다.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 하지 않으면 다들 머리 아파하고 콧등을 찌푸리게 될 것이지만, 함께 한다면 백성들이 왕이 타악기 소리와 취주악기 소리를 듣고는 기꺼이 반가운 빛을 띠면서 왕을 칭송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지요. 즉 왕도정치의 출발은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는 점을 음악의 예를 들어 가르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 깊이와 상관없이 반연(攀緣)된 여러 사람들과 늘 함께 한다는 것, 이것은 동서고금의 현인(賢人)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덕목입니다. 선한 군왕이라면 마땅히 백성들과 고락을 함께 해야 할 것이며, 단체의 대표라면 마땅히 소속 구성원과 애환을 같이해야 합니다. 이런 원칙은 종교인이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더더구나 인천의 사표로 존경받는 출가승단의 경우에는 그 고락과 애환의 단심(丹心)이 인간계는 물론이요, 모든 유·무정(有無情)들에까지 두루 미쳐야 하는 것이지요.

최근 뉴스에는 끔찍한 집단적 살상행위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익산 지방에서 처음 발생한 조류 독감에 따른 닭과 돼지 등 가축에 대한 집단 도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천, 수만, 수십만 마리의 생명들이 영문도 모른 채 끔찍하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는 이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무차별한 살상에 분노하는 종교지도자들도 아직은 없는 듯합니다. 어떤 종교든 살육을 금하는 것이 제일덕목일 텐데 말이지요.

종교계의 침묵은 닭과 돼지, 고양이를 소중한 생명체로 여기지 않는, 아니면 그 가치를 사람이나 소보다 낮게 보는 분별하는 마음이 종교계까지도 만연해 있다는 반증입니다. 불과 엊그제까지도 도롱뇽의 생명권을 놓고 국민적 이슈를 만들며, 여민동락의 범주를 뭇 생명까지 확대시켰던 곳이 종교계, 특히 불교계였지 않습니까.

불교계는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육식문화에 대한 반성과 개선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여야 합니다. 알다시피 지금 도살되는 닭들은 자연스럽게 방목되거나 생명체로 농장에서 키워지는 닭이 아닙니다. 공장에서 상품으로 생산된, 부화될 때부터 생명체로서 대우를 받지도 취급되지도 않은, 대낮처럼 불을 환하게 밝힌 환경 속에서 잠도 자지 못하고 빨리빨리 자랄 수밖에 없었던, 거기다가 성장 촉진제와 항생제가 참가된 사료로 몸을 억지로 뻥튀기를 하면서 몸속에 온갖 독소들이 축적된 닭들입니다.

이런 기막힌 현상이 왜 생겼습니까. 인간의 지나친 육식문화가 초래한 과보가 아니겠습니까. 어느덧 이런 문화가 인간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되었고, 인간은 그런 이유로 무차별 살생을 가하는 악순환의 반복이야 말로 비극에 다름 아닙니다.

뭇 중생의 생명가치도 존중받는 세상, 이런 세상을 만드는 것을 불자의 사명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런 일에 우리 스님들부터 동락의 마음으로 앞장섰으면 합니다.
 
〈대표이사〉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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