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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스님]가호(賈胡)의 보물

기자명 법보신문

범부와 성인은 한마음의 차이

옛날에 가호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보물을 손에 넣게 되었다. 가난했던 그에게 그동안 고생의 세월을 단번에 날려 버릴만한 일이었다. 며칠이고 방안에서 보석을 만져보며 행복해했다. 가진 자의 기쁨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생각하니 더 없이 좋았다. 가호는 보석을 다락 깊은 곳에 숨겨두고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로 나가봤다. 이제 그의 걸음걸음이 예전의 그가 아니다. 돈으로 바꿔도 상상할 수 없는 큰 재산을 가진 거부다. 아직 사람들에게 말을 안했을 뿐이지, 사실대로 알린다면 어디를 가도 그를 부러워하고 몸들을 낮출 것이다.

과보(跨父)같은 사람은 태양을 잡아다 제 것으로 만들어 온 세상 사람들에게 햇빛을 팔아 부자가 되겠다고 호언을 했다지만, 가호는 그런 마음까지는 아니고 스스로의 만족감이 좋았고, 그래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거리를 걷다가 문득 집에 숨겨놓은 보석에 생각이 미쳤다. 그러자 점점 마음이 불안해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도둑이 들어갔을 수도 있지만, 혹 어린 자식들이 우연히 그것을 발견하고 소중한 줄도 모른 채 던지고 놀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제 거리의 사람들도 자신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 것만 같았다.

집으로 뛰듯이 들어온 그는 다락으로 올라가 보석을 확인해 보았다. 보석은 그 자리에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쉰 그는 물끄러미 보석을 내려보다 다락에서 내려왔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이 오지 않았다. 이제 모든 것이 불안했고, 아무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내와 자식들도 마찬가지였다. 다음날 다시 집을 나서 시장엘 가봤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보석을 훔칠 생각만 하는 것 같았다. 평소 알던 사람들의 인사도 마치 보석에 대해 묻는 것 같았고, 언제 한번 집에 들르겠다는 말은 보석을 훔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어떻게 할 것인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믿을 것은 자신 밖에 없지 않는가.

이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그는 결국 자신의 손으로 제 배를 갈라 보석을 그 속에 넣고 꿰맸다. 뱃속에다 보석을 감추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보석으로 인해 속이 곪기 시작하고, 가호는 보석을 뱃속에 넣은 채 죽고 말았다.

맹자의 말에 ‘자시감연(自視然)’이 있다. ‘자시(自視)’는 자신을 돌이켜보는 것이고, ‘감연(然)’은 만족하지 못함을 말한다. 인간의 탐욕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KIST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한 교회에서 5억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그것도 은행의 융자를 얻어서 말이다. 그들의 열정이 부러웠다.

절대의 선(善)은 공동의 것이다. 사소한 개인의 이익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덕을 길러야 한다. 어떤 재물과 지위를 준다 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면 성인일 터,

결국, 가호와 성인이 한마음 차이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dharm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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