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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음력 사용 재고해야

기자명 신규탁
불교계에서는 양력보다는 음력을 더 많이 사용한다. 법회도 초하루나 보름에 하고, 불교의 4대 명절도 모두 음력으로 치른다. 뿐만 아니라 죽은 이의 제사나 재일도 모두 음력으로 하다보니 불교도들은 다른 종교인들보다 음력에 더 많은 친숙감을 갖는다. 불교도들 중 음력설을 고수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다른 종교인들보다 많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양력 기준의 생활패턴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의 많은 행사들이나 일정은 모두 양력으로 한다. 정부에서 행하는 일정이 그러하고, 선진국도 서양과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 모두 그렇게 한다. 우리 나라도 세계 속에 살아가는 한 양력이라는 시간 단위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력 사용은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로서 불교계도 이것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야기를 좀 더 엄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불교의 고유한 전통행사를 양력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부처님 오신 날인 〈사월 초파일〉을 양력으로 하느냐 음력으로 하냐는 전통에 따라서 선택할 일이다. 달력이란 무상한 것으로 불교식으로 말하면 실체가 없는 지시적인 기능을 갖는 하나의 약속으로 통한다.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이나 추석 등등은 전통적으로 지내온 명절로서 그것을 굳이 서양의 달력에 맞추어 바꿀 필요나 당위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런 명절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전통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초하루 보름 내지는 지장재일 관음재일 등이다. 도시의 많은 남자들은 일주일 단위로 일요일을 휴일로 보내기 마련이다. 특별한 직종을 빼고는 평일 날 자기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이 정기적으로 법회에 참석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절 행사에는 남자 신도들이 적은 것도 많은 부분은 이런 데에 기인하다고 생각한다.초하루나 보름 법회는 여자 신도들만의 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일요법회를 하는 절도 없지는 않다. 물론 이것도 안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음력 초하루·보름 법회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절룩거리는 모습이기는 마찬가지다.

남자신도들 신행에 영향

이제는 좀 더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불교신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남자신도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남녀가 모두 균등하게 누려야 한다는 원론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단체의 조직면에서도 그렇다. 불교계에서 이제는 이 문제를 각 단위 사찰에 맡겨두기만 할 것이 아니라, 중앙교단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많은 이들이 한 달, 단위로 더 쪼개어서는 일 주일 단위로 쪼개어 사회활동을 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음력으로 정기적인 법회를 본다는 것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이 시간의 틀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은 재론할 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의 생활을 통괄하는 시간의 틀을 실제의 우리 생활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법회일자 정하자

교단별로 불교계의 음력 사용에 대한 장단점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현실에 맞도록 일대의 결단을 내릴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이 상태로 계속 갔다가는 남자 신도들의 법회 참여가 점점 줄 것이다.

현재의 일요법회는 불교 강연회의 성격에 가깝다. 종교적 체험을 하고 부처님을 찬양하고 자신의 업장을 참회하는 전통적인 법회는 못된다. 법회 일자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하루 속히 검토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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