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와 전쟁 위기
북미관계와 전쟁 위기
  • 신준식
  • 승인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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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40대 후반의 사람이 한 말이 생각난다. '지금의 건강상태로 한 10년 잘 살았으니 앞으로도 이 정도는 더 살지 않겠느냐' 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는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출생은 차례가 있으나 죽음은 그렇지가 않은 법, 인간사에는 예고 없는 사건이 많은 법이다.

지금 우리는 북한의 핵 문제로 불안한 마음을 갖고서 살아간다. 핵 문제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북한이 바로 분단된 우리 민족이 아닌가. 어떤 사람은 '지금까지 한 50년 동안 전쟁없이 잘 살아왔는데 무엇이 불안하냐'고 한다. 남북 이산 가족의 만남이 있고, 금강산 관광도 있었고 하니 전쟁은 우리하고 상관없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도 많다.

바깥 세계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꼭 그렇게 믿자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 밖의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해 걱정이라도 하면 '마치 당장 큰 일이나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을 한다'며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이웃 나라 일본도 많은 걱정과 대비(對備)를 한다고 들었다. 어떤 이는 '전쟁이 나기를 바라느냐'며 반통일을 운운한다.

대비하고자 하는 걱정은 나쁠 것이 없다. 인간 역사에는 적당히 걱정하는 마음이 사고를 예방하고 불행을 줄여주는 것이다. 이용하기에 달렸지만,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는 그리 좋은 편도 아니고 간단하지도 않다. 국가의 현실적 이상(理想)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잘 지켜줄 수 있는 힘있는 나라일 뿐만 아니라, 국민이 불안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하는 나라이다.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를 위해서도 잘 대비할 수 있는 나라가 좋은 나라이다.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라가 좋은 나라이다. '우리가 한 민족인데 아무리 핵무기를 갖는다 해도 어떻게 하겠느냐'고 쉽게 말하지만 이미 이 땅에서는 민족간의 전쟁이 일어난 바 있다.

사상적 논리에는 일관성과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 한때 우리의 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심히 욕하던 사람이, 세계 어디에도 없는 부자세습의 독재정권에는 왜 그렇게도 아량이 많은지 모를 일이다. 그 많은 민족적 불행사건을 일으켰고, 북한 주민을 굶어 죽게 하고, 나라를 탈출케 하는 그 부자정권이 아닌가. 문제의 좋은 해결은 사실을 정확히 보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데 말이다.

그 많은 사건 중 6.25를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이제 6.25를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우리의 젊은이에게도 그 전쟁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를 알릴 필요가 있다. 이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인적·물적 피해가 있었던가. 인적 피해만도 이루 말하기가 겁날 정도이다. 그 때 남한 인구는 지금(약4700만)의 반도 훨씬 못미치는 2020만 정도였다. 그런데 230만여명이 이 전쟁으로 죽었다. 미군 약 4만명을 포함한 16개국의 UN군도 약 15만명이나 죽었다. 우리 국민만 해도 이는 100명에 약 11명이 더 죽은 셈이다. 9명중에 한명 꼴로 죽은 셈이다. 그 얼마나 처참한 상황이었겠는가.

인간의 4苦 중에서도 죽음이 제일의 苦다. 늙어 병들어 죽는 것도 아니고 폭탄이나 총칼 등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은 말하여 무엇하겠는가. 전쟁은 꽃다운 젊은이가 많이 죽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비참한 것이다. 사건에 전혀 예고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나 사건은 대체로 예고를 하고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정전상태이지만 분명 반세기 동안 전쟁없이 잘 살았다. 앞으로 계속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래는 모르는 법. 그래서 우리는 전쟁에 대한 불안해하지 않는, 그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쉽게 전쟁을 일으킬 수 없는 그러한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일은 온 국민의 냉철한 판단으로 잘 대비하는데서 가능한 것이다.



신준식<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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