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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風과 나비효과

기자명 법보신문

수행자는 고단함 기꺼이 선택
서산 스님 8가지 점검안 제시

불자 기대 저버린 중진스님 구속
엄청난 재앙의 암시일 수도

수행자는 어떤 분들일까요. 수행자는 매우 고단(孤單)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무등등(無等等)의 가치를 지니기에 많은 이들이 기꺼이 그 길을 선택해 온갖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걸어가는 것이지요. 따라서 수행자의 삶이란 범부들의 삶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수행 길의 목적을 보리를 구하는데 두든, 중생을 제도하는데 두든 수행자가 구분 없이 존숭되어야할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수행자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요. 서산 스님은 수행자(참선자)가 일상 속에서 잊지 않고 챙겨야 할 과제를 『선가귀감』에서 다음과 같이 일러주십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은혜, 여래의 은혜, 설법사의 은혜(四恩)가 두터운 것을 알고 있는가? 사람의 목숨이 숨 한 번에 달려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부처와 조사를 만나고서도 그냥 지나쳐 버리지는 않았는가? 위없는 법을 듣고 아주 드물고 진귀한 마음을 냈는가? 수도자의 거처를 떠나지 않고 수도자다운 절개를 지키고 있는가? 이웃에 있는 사람과 잡담이나 하며 지내지 않는가? 거리낌도 없이 시비나 일삼고 있지는 않는가? 화두는 항상 또렷이 들고 있는가?’ 등등.

그런데, 서산 스님이 제시한 여러 점검 과목 중 눈에 띄는 것이 ‘팔풍(八風)의 지경을 당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가?’라는 『불지경론(佛地經論)』 권5의 대목입니다. 팔풍이라 함은 세간의 애(愛)와 증(憎)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므로, 바람에 비유하여 이름붙인 것입니다. 정법에 안주하여 애증에 미혹하지 않으면 동요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여기서 지칭하는 팔풍의 내용은 일상생활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팔풍이란, 이익(利), 손실(損), 뒤에서 험담하는 것(毁), 뒤에서 칭찬하는 것(譽), 면전에서 칭찬하는 것(稱), 면전에서 나무라는 것(譏), 핍박(苦)으로, 마음에 맞는 것과 거스르는 것의 경계를 말합니다.

잘 공부하는 이라고 해도 사실 이 여덟 가지의 바람으로부터 자유롭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수행자들이 온갖 세속의 반연을 다 정리하고 일로매진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이유만으로도 수행자들은 중생들의 귀의처가 되고, 복전이 되며, 응공(應供), 즉 마땅히 공양 받을 만한 스승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수행자의 길이 좀 어렵습니까. 보이지 않는 내면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것까지 탓하거나 비방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현실 아니겠습니까. 그러다보니 수행자의 길을 걷지 못하는 상당수 범부들의 수행자에 대한 기대는 시나브로 그 모습이라도 위의를 지켜달라는 정도로 완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한 본사 주지의 구속 사태를 지켜보면서 수행자가 점검해야 할 부분을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이대로는 아니 되겠구나,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승단이 머지않아 귀의처로서의 존재가치를 상실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위기감이 엄습해온 때문입니다. 문득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중국 베이징의 나비의 날개 짓에서 일어난 작은 바람결이 한 달 후 미국 뉴욕에서 큰 폭풍을 불러온다는 것인데, 작은 조짐이 닥쳐올 큰 재앙의 암시일 수 있다는 일종의 상징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중진스님의 구속 사태가 준 파장이 북경의 나비 날개 짓보다 훨씬 더 불길한 조짐이라는 우려가 저만의 기우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대표이사〉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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