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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진리, 바른 복전에 귀의해야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계 낯 부끄런 일들은
우리 모두 함께 지은 공업

진리-복전 향한 대신심은
불자가 가야할 올바른 길


불교계가 소란합니다. 좋은 일이 아니라 낯부끄러운 일들로 인해 그렇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지는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럽습니다.

위의를 지키며 잘 살아가고 있는 제방의 참신한 스님들조차 ‘희망을 잃었다’고 탄식하고 있습니다. 승단붕괴 조짐이란 진단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잠복해 있던 것이거나 음성적으로 내려온 관행들의 표출이라는 데 있습니다.

10여 년 전처럼 구종의 원력으로 떨쳐 일어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이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시나브로 무기력 증세가 질병으로 악화된 듯합니다. 이는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불교가 나락으로 빠진다는 진단도 여기에 기초합니다.

그렇다고 자조적 타령만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가까운 수행도량이나 인연 있는 절을 찾아 수행자들을 친견하고 신심을 다잡아야 합니다. 여의치 않다면 세상에 청량음을 남기고 가신 고승들의 삶을 돌아보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합니다. 탄식과 좌절만으론 아무것도 해결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불편한 마음을 달랠까하여 7년 전 펴냈던 졸저 『선을 찾아서』를 다시 읽었습니다. 20세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33인 선승들의 행장과 사상, 어록, 일화 등을 정리한 책인데, 띄엄띄엄 읽었는데도 한결 머리가 맑고 가벼워졌습니다. 그 개운함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기 위해 몇 구절만 소개하겠습니다.

“부드러운 옷 맛있는 음식은/ 은혜 무거워 수도에 해롭고/ 해진 옷 좋지 않은 밥은/ 시주 가벼워 은덕 쌓인다(軟衣美食 當恩重而損道 破衲蔬食 必施輕而積恩)”

덕숭의 법통을 이은 혜암 스님이 시주은혜(施恩)을 대하는 수행자의 올바른 자세를 경책하기 위해 남긴 게송입니다. 두고두고 되새길 가르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가 수행생활을 했던 장소는 죄인의 귀양처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그는 부처님의 제자는 풍진 세상을 살아가는 수인이라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자신을 낮추고 행여 부지불식간에라도 스스로를 드러내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살얼음판 걷듯 숨죽이며 신중히 자신의 삶을 운영해간 인물이었다.”

산감 소임을 맡으며 오직 자신을 낮추는 마음으로 살아갔던 해인사 지월 스님의 일생에 대한 설명입니다. 지월 스님이 아니더라도 운허, 홍경, 탄허, 고암, 구산 등 당시의 고승들은 자신들을 ‘성을 쌓는 데도 쓰이지 못할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돌’로 부르며 명리를 멀리했습니다.

“중이 굶어죽지 않고 수행을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 더 바랄 것이 있겠느냐.”

총무원장을 세 번씩이나 맡았던 경산 스님이 명찰이나 내로라하는 기도처를 마다하고 당시에는 입적을 앞둔 노스님들이 머물던 정릉의 초라한 암자 적조암으로 거처를 정하자 볼멘소리를 낸 상좌들을 꾸짖은 말씀입니다.

오늘날 불교가 바로서지 못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불자 모두의 공업입니다. 오직 바른 진리와 바른 복전을 향한 대신심의 발현, 이것이야말로 지금 불자가 가야할 길이라고 믿습니다.
 
〈대표이사〉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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