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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시작이 전부다

기자명 법보신문

아침, 저녁노을이 함께 비치는
산봉우리처럼 처음도 끝도
한결같은 초발심으로

새해 벽두의 항구엔 크고 작은 배들이 출항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마침 섬이 움직이는 것처럼 큰 배 한척이 서서히 닻을 올리더니 힘차게 바닷물을 가르면서 미끄러져 나아간다. 시작이란 이처럼 크고 작음을 떠나서 누구에게나 성스럽고 거룩한 몸짓이다. 그래서 세상에서는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지 모른다.

경에서는 처음 보리심을 발할 때 바로 정각을 이룬다고 했다(初發心時 便成正覺). 시작이 전부인 셈이다. 세간과 출세간의 차이는 곧 여기에 있다.

불법 문중에는 크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하나는 끝없이 복덕을 쌓고 번뇌를 끊는 것으로 공부를 삼아서 선정을 이루어 언젠가는 부처가 되겠다는 사람들이다.

다른 하나는 나의 성품이 부처의 성품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믿고 순간순간 수행불행을 닦는 사람들이다. 위와 같이 두 문은 점수와 돈오로써 처음 공부를 시작함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하다. 첫 걸음을 어느 곳으로 옮기느냐에 따라서 나중에는 하늘과 땅처럼 벌어지기 때문이다. 발심 출가하여 세상의 집을 나설 때는 금방이라도 깨달음을 얻을 것 같아서 난행고행으로 수행의 공력을 들였지만 얻어진 소득은 적고 다시 방황하는 것은 첫 걸음이 잘못 됐기 때문이다.

마치 눈덩이가 어느 방향으로 구르느냐에 따라서 몸집이 불어나는 눈덩이의 양은 가속적으로 증폭되고 걷잡을 수 없는 것과 같아서 유위법과 무위법이 서로 차별이 있기 때문이다.

『법화경』 「상불경보살품」에서 상불경보살은 만나는 사람마다 절을 하면서 찬탄하기를 “나는 그대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습니다. 그대들은 다 부처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고 성을 내면서 몽둥이로 때리거나 기와나 돌을 던지면서 욕설을 퍼부었으나 한결같이 물러서지 않고 똑같은 말로 예배하고 찬탄하였다.

사람들은 자기가 본래 부처임을 믿지 못하고 오히려 선지식을 비방하고 밖으로 부처를 찾아 나선다. 첫 시작이 한참 잘못된 것이다.

마음은 색깔로 표현하면 황금색이다. 그래서 법당의 부처님은 금색 옷을 입었고 깨달은 사람한테서 나오는 오로라도 황금색이라고 한다.

똥돼지를 황금돼지로 바꾸어 쓰는 것은 각자의 마음에 달려있다. 새해에는 서로가 부처임을 인정하고 찬탄하자.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시작이기 때문이다.

소한 추위가 며칠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느 시인은 추위가 깊어지면 봄 또한 멀지 않으리라고 노래했다. 두 손을 호호 불어보고 두발을 동동 굴려보자. 추위가 금방 달아나고 흔적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코끝을 찌르는 봄소식이다.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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