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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개미집도 둘러 가라

기자명 법보신문

자연의 순리 역행을 문명으로 착각
‘동식물을 내 몸처럼’ 가르침 절실

자연 기후의 변화가 날로 가속되어 가는 것 같다. 온 세계가 기상 이변을 겪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우리의 주변만 해도 겨울 가뭄이 심하다. 겨울에 항용 쓰는 말이 삼한사온이라 하여 사흘은 춥고 나흘은 포근하다 하였던 것인데 이제는 그러한 주기적 기온 변화를 의식할 수가 없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 심각한 미래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일러 자연의 변화라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인류가 만들어가는 자연의 교란인 것이다.

일년 사계절의 기후 변화가 자연인데 사람들의 생활은 이러한 자연을 되도록 거스르려는 것이 삶의 질서로 변해 있다. 겨울 추위를 추위로 놓아두려는 것이 아니라 더위로 변화시키려는 것이 문명사회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땅 속에 깊이 숨어 있던 석유라는 괴물질이 현대인의 삶을 주름잡고 있다. 물질적 요소로 보면 액체이니 물임에 틀림이 없는데, 이것이 불을 내고 있다. 물이 불을 끈다는 원초적 이론은 오갈데 없이 사라진 셈이다. 이 기름이 타고 남는 여러 부작용이 대기를 오염시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된다 하니, 인과응보라는 진리가 더욱 돋보이는 시대이다. 인류가 생산한 물질에 인류의 위험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엊그제 어느 댁에 갔다가 지나친 대접을 받고 당황한 적이 있다. 귀한 채소를 맛보면서 놀랐기 때문이다. 두릅의 새순이 등장했는데 절기로는 그날이 바로 대한이었다. 봄이 되어서도 한참을 지나 춘분이나 되어야 맛볼 일을 대한 절기에 맛보았으니 놀라는 것이 당연한데, 대접하는 쪽이나 대접 받는 쪽이나 있을 수 있는 일상으로 치부하고 만다. 인공적으로 생산하는 겨울의 채소가 이제는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이 두릅 순을 겨울철에 생산하려고 두릅의 가지들을 잘라다가 온실에서 싹을 낸다는 것이다. 이 온실이 무엇인가. 이른바 비닐이라는 투명의 천을 덮어 씌워 추위를 막고 태양 광선만을 받아 들여 인위적으로 재배해 낸 것이다. 이 비닐이라는 천도 석유액체의 부산물이라니, 석유의 편리함이 편리가 아닌 재앙으로 다가올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가뭄이 있을 때마다 이 비닐의 집을 한 번 더 쳐다본다. 저 비닐집이 증발되어 올라가는 수증기를 막으니 비 내릴 구름이 적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어린 망상에서이다.

어려서 들은 이야기가 연상된다. 어느 부잣집 영감이 사위감으로 어느 총각을 보고 귀공자의 상이라 하여 정혼을 했다. 결혼날이 되어 총각은 말을 타고 장가를 왔는데, 전에 보았던 귀인상은 오간데 없이 얼굴에 살기가 돋아 있는 것이다. 영감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면서 오늘 오는 길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 물으니, 때가 녹음의 계절이라 소나무의 새순이 무럭무럭 자라 보기가 좋기에 말에서 채찍으로 갈겨 잘려나가는 재미를 느꼈다는 것이다.

이 영감은 할 말을 잃고 망연실색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겨울철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두릅의 새순이 이 총각 말 등의 채찍에 잘린 소나무 새 순 같아서 먹고 나선 내 얼굴을 다시 한 번 거울에 비추어 보게 된다.

대기 변화를 걱정하는 우리의 오늘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더욱 귀할 수밖에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만이 아닌 자연 사물의 동식물 하나를 대하더라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가르침이 점점 더 우리의 가슴을 파고든다. “개미집도 둘러 가라[折旋蟻封]”든가, “산 풀도 밟지 말라[不踏生草]”든가, “막 자라는 것을 꺾지 말라[方長不折]” 등이 얼마나 미래적 예견의 교시인가. 오늘의 지구인들은 자신들의 몸가짐이 바로 내일 우리의 재앙을 부르고 있다는 인과응보적 결과를 깊이 인식하여 다가올 인류의 재난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sosuk0508@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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