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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스님]인간의 역사는 아프다

기자명 법보신문

이익집착 풍토가 환경파괴 주범
‘먹는 습관’만 바꿔도 극복 가능
사회선도 승가 도덕성 어느정도?

때에 따라 먹고(食之以時)
예에 따라 써라(用之以禮)
그러면 재물을 헛되이 쓰지 않는다(財不可勝用也).
『맹자』

새해 벽두에 오히려 한가로워 옛 책들을 뒤적이며 보내는 중에 위 글이 눈에 띄었다.

때에 따라 먹는 다는 것은 제 철에 나는 음식, 넘치지 않게 먹는 것, 불규칙하게 먹지 않는 등의 의미를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몸을 지탱하는 에너지를 얻는 이 행위가 도리어 몸과 정신을 해치는 역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음식 조절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절집에서 갓 출가자에게 흔히 하는 말로 “예불, 공양 빠지지 않는 것이 큰 공부다”고 한다. 제 때에 적당히 먹는 습관은 몸을 보존하는 첩경이다.

예(禮)에 맞게 쓴다는 것은 물질을 사용하는데 있어 용처의 적절함과 검약이 될 것이다. 필요이상으로 많이 탐내고 절제 없이 소비하는 작금의 생활습관이 전 지구적인 환경재앙을 불러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사라지고 이것은 해수면의 상승으로 이어져 저지대의 침수를 불러일으키는 엄청난 재앙이 진행 중이다. 우선 이익이 된다 싶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결과가 이렇다. 그리고 재물이 헛되이 쓰여 지지 않는다는 뜻이 무엇이겠는가. 이것은 바른 생활 습관이 편안한 삶을 영위하게 해주는 이치임을 강변한 것이다.

옛 비유로 하자면, 해질 무렵에 남의 대문을 두드려 물과 불을 구하여 거절할 이가 없다면 마을에 물과 불이 부족하지 않은 반증이다. 반대로 꼭 필요한 것을 얻으려 해도 불가능하다면 모두가 궁핍한 상태로 인심도 흉흉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바른 정치는 모든 것을 넉넉하게 한다고 했다.

본래 왕(王)은 왕(往, 오고 감)으로도 통하는 글자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王)이라는 존재의 정체성은 왕(往)에 있다는 말이다. 왕(往)은 ‘∼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고 가는’ 소통의 뜻이 숨어 있다. 왔는데 가지 않거나, 갔는데 오지 않는 것은 단절이다. 그러니 왕이나 지도자는 사람들의 일을 소통하게 함으로써 공(公)의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이 퍼블릭한 정신은 사사로움을 멀리함으로써 담보되는 것이다. 서로 나누어 함께 누리는 즐거움은 공평무사에서 나온다. 이것보다 더 큰 즐거움(樂)은 없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괴로워하는 동고동락(同苦同樂)이 즐거움의 절정이라 했다.

올해는 대선이 있어 말들이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남의 집안 말하기에 앞서 우리 승단이 이 사회를 선도해가는 지도력과 도덕성을 가지고 있는지 시험 받는 여러 일들이 해가 바뀌고도 끊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과 일로 인한 고민은 항상 풀어야할 숙제였던가 보다. 헤겔(1770∼1831)의 한마디가 가슴을 파고든다.
“인간의 역사는 아프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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