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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행-전통문화로 ‘기독 도시 빗장’ 풀다

기자명 법보신문

●……매년 3월 1500여 어르신 효도 잔치
●……어린이 공부방-문화원 열어 문화포교
●……매월 첫째 주 토요일 150명 철야정진
●……연 특화작물-약초재배 농업경영 접목

<사진설명>당진을 대표하는 웰빙복지도량으로 거듭나고 있는 정토사의 108평 무량수전.

참으로 힘겨웠다. ‘아미’(阿彌)와 ‘다불’(多佛)이란 산 이름이 있어 희유하고 기쁜 마음으로 개산(開山)을 서둘렀으나 군수가 “군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말할 정도로, 부처님오신날 공공기관에 봉축 연등 몇 개 다는 것도 눈치가 보일 정도로 기독교 절대 강세 지역인 당진이다 보니 도량을 짓는 불사의 고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불사 방해 농민, 자비로 대해

아미산과 다불산이, 아미타불산이 병풍처럼 둘러친 당진 정토사(주지 선오)의 개산은 고행의 나날이었다. 20여 세대에 불과한 농촌 마을 사람들은 땅을 팔아 놓고도 ‘스님’이란 작자가 땅을 더 가져갔다고 시비를 걸며 3차례나 측량을 다시 하게하고 공사 차량을 막고 방해하며 도로 통행세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스님은 인욕했다. 그리고 주민들과 대화에 나섰다. 어차피 도량을 완공하면 주민들과 이웃하며 살아가야 할 텐데 법 조항을 따져 처벌한다면 이웃사촌으로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선오 스님은 대화로서 문제를 풀어갔다.

1995년 10월 개산한 이후 97년부터 본격적인 창건 불사에 입재, 2000년 초 5000여평의 대지에 지상 2층에 한 층당 108평 규모의 대형 무량수전을 지었다. 효도문화원과 황토방, 요사채 등 복지, 문화도량으로서의 사격을 갖춘 이후 정토사가 처음으로 한 일은 ‘아미산 정토사 효도잔치 및 군민 발전 기원법회’였다.

선오 스님이 2001년 3월 아버님의 천도를 발원하면서 지극한 마음으로 마련한 효도잔치에는 당진지역의 할아버지, 할머니, 주민 등 600여명이 동참, 당진 화합 축제 마당을 연출했다.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를 피해 해마다 3월, 한해도 거르지 않고 열어 온 효도잔치에는 해를 거듭할수록 동참 인원이 늘어 지난해 제6회 효도잔치에는 1500여명의 어르신들이 자리를 함께 해, 당진을 대표하는 효도마당으로 발전했다. 3회 효도잔치 때까지만 해도 봉사자의 손길이 없어 선오 스님이 서울에서 포교를 하면서 육성한 30여명의 불자 봉사자들이 큰 도움을 주었으나 그 이후부터는 당진의 불자와 학생, 군 장병들이 도우미로 나섰다. 2000여만원의 경비가 소요되는 효도마당의 공익성을 높이 평가해 군은 정토사 진입로와 축대공사비 등으로 7000만원을 지원했다.

‘도시 전체를 기독교 도시로 만들겠다’는 기독인들의 일념을 담은 성시화 운동의 본고장으로 이를 만큼 철옹성 같았던 당진의 마음은 효행을 위한 나눔 앞에서 그렇게 빗장을 풀었다. 개산 당시만 하더라도 정토사가 위치해 있는 당진군 면천면 죽동리 마을의 20가구 중 한 가구만이 불자였으나 이젠 9가구가 정토사를 찾는 불자가 되었다.

정토사가 효도 잔치로 당진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당진시내에 문을 연 채운선재공부방과 정토문화원, 당진군 우강면에 있는 효도문화선양교실은 당진지역 주민들에게 정토사는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교육도량이라는 인식을 심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비영리 복지 공부방으로 인정받은 채운선재공부방은 영어구연동화를 비롯한 놀이과학, 한문, 예절, 미술, 농악 등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현재 50여명의 어린이들이 등록, 이곳에서 방과 후 특별 학습을 받고 있으며 주지 선오 스님은 매월 한 차례 이들을 사찰로 초청해 발우 공양을 지도하고 있다. 당진읍에 있는 한 빌딩을 임대해 문을 연 채운선재공부방과 같은 빌딩에 개원한 정토문화원은 주부들을 위한 교양 강좌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정토사 불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개설한 문화 강좌로는 사찰음식과 천연비누 만들기, 합창단 등이 있으며 70여명의 주부들이 등교해 수강하고 있다. 정토사는 올 4월 초부터 정토사와 채운선재공부방, 정토문화원, 효도문화선양교실 등 시설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29인승 버스를 정기적으로 운행한다. 강사진으로는 정토사 불자나 특정 분야를 전공한 지역 주민을 초청, 정토사와의 유대 관계와 주인 의식을 높이고 있다.

연등도 달수 없던 종교편향 도시

2~3년 내에 시로 승격해 중부권을 대표하는 신흥 공업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되는 당진의 정토사가 사찰의 대웅전격인 무량수전을 완공한 지 불과 6년 만에 효도잔치를 비롯한 문화 포교, 어린이 공부방, 연꽃 농사 등의 불사를 원만히 회향할 수 있었던 것은 스님을 따르는 불자들의 보시행이 이어지고 재정적인 뒷받침을 위한 자체 수익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정토사가 시험 중이거나 추진하고 있는 농업 수익 사업은 3700여개 연(蓮) 수조로 이루어진 연꽃동산과 수천여평의 논에 조성한 연지 등의 연을 활용한 식품 및 종묘 사업, 연을 주제로 한 연꽃축제, 특용작물 재배, 무농약 농산물 생산 등이 있다.

<사진설명>채운선재공부방.

매월 첫 번째 주 토요일마다 150여명 이상의 불자들이 동참한 가운데 신묘장구대다라니 주력 철야정진법회를 봉행하고 있는 정토사는 불자들의 휴식과 복지를 위해 황토마을을 조성하고 있으며 불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웰빙가족 여름불교학교’도 개설, 운영하고 있다. 기독교세가 워낙 강해 3년 전만 하더라도 당진에는 부처님오신날 연등축제가 없었다. 2005년에 이어 2006년 5월에는 당진군청을 중심으로 1.5km의 거리를 봉축 연등으로 장엄하고 군에 봉축탑까지 설치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정토사가 있다. 여러 도량이 함께 화합해 사암연합회를 결성해 일구어 낸 성과이기는 하지만 정토사의 역할이 컸다.

기관장과 교류, 불교위상 제고

경찰서장을 비롯한 군수 등 지역의 지도층 인사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선오 스님이 직접 지역 기관장 부인들에게 다도 등 우리의 전통 문화를 보급시키면서 정토사와 당진 불교 전체의 위상이 서서히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지도층 인사들 대부분이 기독교인이다 보니 이들에게 다가갈 때는 ‘불교’를 내세우기 보다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앞세웠고 효행이나 불교 전체의 공익을 우선시 했다.

이러한 교류와 교류를 통한 신뢰를 바탕으로 2005년 7월 당진경찰불자회가 닻을 올렸으며 경승실까지 개설, 매월 한 차례 정기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공무원불자회와 교사불자회 역시 그 뒤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선오 스님은 “처음에는 누가 불자인지 몰랐으나 이젠 공무원 불자들이 ‘불자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돼 고맙다’며 먼저 합장 인사를 한다”며 “끊임없이 자기 개발을 하고 끊임없이 포교 하지 않으면 당진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역과 함께하는 포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오 스님은 신묘장구대다리 철야정진도, 아미타 1000일 기도를 할 때도 항상 불자들과 함께 동참, 수행자로서의 본분사를 지켜왔다. “정토사에 가면 언제나 스님을 만나 일상의 고통을 털어 놓을 수 있다”는 믿음은 선오 스님과 당진 불자들의 신뢰의 탑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당진=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배우고 얻을 것 많은 웰빙 도량”
우리 절은 - 임 형 락 신도회장

“체구도 작은 비구니 스님께서 아무것도 없었던 야산에 그토록 큰 도량을 건립하고 지역 사찰로서는 처음으로 시내에 주부들을 위해, 어린이들을 위해 문화원을 개설해 운영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진 사람들은 이제 불자건, 이웃 종교인이건 정토사에 가면 무언가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진의 바른 생활 어르신’으로 통하는 정토사 신도회장이자, 바르게 살기운동 당진군협의회 임형락(72 법명 백우, 사진) 회장의 정토사에 대한 평가이다. 69년 당진의용소방대 대원으로 봉사의 삶을 시작해 온 그는 87년까지 소방대에서 일하며 10년간은 소방대장으로도 활약했다.

당진군의 12개 읍면에 연합대를 조직하고 전국 소방왕 선발대회를 5연패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수십년간 절에 다니면서도 독실한 불자인 부인을 도량까지만 모셔다 주는 운전기사에 불과했다”며 겸양해 하는 임 회장이 정토사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2001년 3월의 일이다. ‘제1회 아미산 정토사 효도잔치 및 군민발전기원법회’ 때부터 주지 선오 스님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회장을 맡게 됐으며 올해로 7년 째 정토사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오고 있다.

“당진의 기독교세가 어느 정도 강한가 하면요, 한 동네에 교회가 2개 있는 곳도 있습니다. 농번기에 품앗이를 해야 하는데 교회를 안 나가면 농촌 일손을 구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동안 우리 불교가 앉아 있기만 했으니 뭐라 말할 수도 없겠지만 정토사를 비롯한 여러 도량, 불자들이 함께 당진지역 주민들과 하나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부터 기독교 일방주의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임 회장은 “정토사와 불자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군청에서도, 경찰에서도 ‘나도 불자’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적극적인 포교와 전법을 바탕으로 한 사회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린이집-종합사회복지관 개관
당진 전역, ‘자비 네트워크’ 연결

10년 후 정토사는

오는 2011년 일관제철소가 문을 열고 동서, 남북을 잇는 고속도로가 잇따라 개통될 예정인 신흥 공업도시 당진시내에서 2km 떨어진 면천면 죽동리에 개산한 아미산 정토사(주지 선오)의 10년 후 모습은 어떨까.

불가의 위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다양한 수익 사업을 실험하고 있는 정토사는 오는 4월 초부터 ‘정토사와 채운선재공부방, 효도문화선양교실’을 선명하게 새긴 짙은 자주색 버스를 운행한다. 29인승인 이 버스는 당진 곳곳을 누비며 당진을 자비 네트워크로 연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당진의 12개 읍면을 부처님의 가르침과 자비로 수놓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제일 원력으로 삼고 있는 정토사에는 현재 800여 세대가 불자로 등록돼 있으며 150~200여명이 2004년 6월부터 매월 첫째 주 토요일마다 신묘장구대다라니 주력 철야기도를 하고 있다. 올해로 포교에 나선지 4년째를 맞이하는 정토사가 10년 후 꿈꾸는 청사진은 우선 당진 제일의 선재 어린이 집을 운영하는 것이며 그 다음은 당진 주민들을 위한 종합복지관을 개관하는 불사이다. 5000여평의 부지에 들어선 108평 규모의 2층 무량수전에서는 1000여명 이상이 철야정진을 하는 것이 정토사의 바람이다.

재정적으로 자체 수익 시스템을 갖추어 사회 공익을 위해, 불자들을 위해, 소외계층을 위해 보시행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선오 스님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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