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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율을 제정치 않겠노라”

기자명 법보신문

오계는 불교가 생기기 전 이미 다른 종교의 수행자들도 지켰다. 그러나 비구들의 계율은 제자들의 잘못이 생기면서 하나 씩 제정되었다.

잘못을 뉘우침에서 있어서도 지금은 곧 인정하고 참회하는 것이 부족하지만 부처님 당시에는 곧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했다. 지금보다는 선근이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다.

어느 때 부처님이 비구들과 함께 사위국을 지나 비란야 마을에 이르러서 만다라 나무 아래에서 쉬시었다. 이 때 마을의 바라문과 사람들은 듣고 말했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만다라 나무 아래에 계신다. 설법을 들으면 근기가 약하거나 중간이거나 뛰어난 사람 모두 맑은 행을 두루 갖추고 닦아 익히게 하신다. 그런 부처님이 오셨으니, 모두 가서 문안을 드리자.”

바라문과 사람들은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문안을 드리니, 온갖 방편으로 설법해 주셨다. 그들은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비구들과 함께 여름 안거를 이곳에서 하게 하옵소서”라고 간청했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청을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물러 나왔다. 그러나 바라문과 사람들은 부처님과 비구들을 모셨지만 필요한 공양을 전혀 공급하지 못했다. 그것은 마왕 파순이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 때 마침 파리국에서 온 말 장사꾼이 우기를 지내기 위해 머물고 있었다. 이때 비구들과 마을 사람은 흉년이 들어 굶주려서 걸식하기가 힘들었다. 비구들은 파리국에서 온 말 장사꾼에게 걸식을 했다. 말 장사꾼은 날마다 비구들에게는 보리 닷되, 부처님께는 한 말씩을 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얻어온 보리로 밥을 지어 잡수셨고, 비구들은 죽을 끓여 먹으니, 이것이 부처님 일생동안의 열 가지 어려움(十亂)에 하나이다.

그때에 사리불이 부처님께 가서 사뢰었다.

“저는 조용한 곳에 앉아서 ‘어떤 부처님 때에 불법이 오래 머물렀으며, 어떤 부처님 때에 불법이 오래 머무르지 못하였을까?’생각하였나이다.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옵소서.”
“비바시불(毘婆尸佛)과 시기불(尸棄佛)과 구류손불(拘留孫佛)과 가섭불(迦葉佛) 때는 계율을 제정하시어 범행을 닦아 불법이 오래 머무르게 하셨고, 수섭불(隨葉佛)과 구나함모니불(拘那含牟尼佛) 때는 계율을 제정하시지 않아 불법이 오래 머무르지 않았느니라.”

그때에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바로 계율을 제정할 때가 아닌가 하옵니다. 비구들에게 계율을 말씀해 주시어 모두가 범행을 닦아 불법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옵소서.”

“가만히 있으라. 내가 때를 알아서 하리라. 나는 비구들을 위해 지금은 제정하지 않겠노라. 왜냐하면 아직은 잘못을 범하는 이가 없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이여, 비구들이 이양(利養)이 없는 동안에는 잘못이 생기지 않지만 이양을 얻으면 곧 잘못이 생기나니, 잘못이 생기면 나는 비구들을 위해 계율을 정하리라.”
 
파계사 영산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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