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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불교는 윤리적인 종교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 현실서 선행 실천하는 것
‘칠불통계’ 깃든 의미 되새겨야

‘불교는 윤리적인 종교이다.’이 제목을 본 일부 독자들은 분명 기이하게 여길 것이다.
‘그럼, 윤리적이지 않은 종교도 있나? 나쁜 짓 하라고 시키는 종교가 어디 있어.’옳은 말이다.

비윤리적인 종교를 어찌 종교라 이름 하겠는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굳이 불교의 특징으로 윤리를 든 것은, 많은 종교들 가운데서도 불교는 특히 철저하게 윤리적이기 때문이다.

악행의 금지와 선행의 권장. 이 세상에 태어나 철이 들 무렵부터 집에서는 부모님으로부터, 학교에서는 선생님으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듣고 살아왔다.

종교인이 아니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지키고 살아가야 할 도덕적 가르침이다. 이렇듯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가르침을 불교 경전에서는 수없이 반복한다. “악행은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악행을 저지르면 반드시 나중에 후회한다. 선행을 실천해야 한다. 선행을 실천하면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다.”(『법구경』314게), “모든 악을 짓지 않는 것이 안락(安樂)이다.”(『법구경』333게) “만약 당신이 악을 짓거나, 또는 지을 것이라면, 괴로움으로부터의 해탈은 당신에게 존재하지 않는다.”(『우다나』) 등등. 그리고 계라는 이름하에 선행과 악행의 내용을 구체화시켜 그 실천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불교는 이토록 도덕이나 윤리, 즉 계를 강조하는 것일까?

그것은 계의 실천이야말로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얻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삼학(三學)의 교설 속에 잘 반영되어 있다.

삼학이란 세 가지 가르침, 즉 계와 정(定), 그리고 혜(慧)를 가리키는 것으로, 계, 즉 올바른 생활을 통해 정, 즉 마음의 평안 내지 정신의 통일에 이르게 되며, 결국 이를 기반으로 혜, 즉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계란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인 깨달음을 얻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실천행이라고 할 수 있다.

악행을 일삼으며 자신의 심신을 올바르게 가다듬지 못하는 사람에게 있어 마음의 평안이 있을 리 없으며, 마음에 평안을 얻지 못한 사람이 어찌 진리를 꿰뚫어 볼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이 계는 불도 수행의 근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이 망각된 채, 명상과 깨달음이라는 화려한 그늘에 가려 어디서도 대접받지 못하는 미운오리새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요즈음 교계신문을 떠들썩하게 장식하며 도덕 불감증의 극치라는 표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여러 사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왜 부처님이 계의 실천을 그토록 강조하셨는지 새삼 납득하게 된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인격을 갖추지 못한다면 어찌 그를 인간이라 부를 것인가. 그리고 인간이기를 포기한 채 추악한 본능에 사로잡혀 진흙탕 속에서 뒹굴기를 자처한 자에게 깨달음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과거칠불이 공통으로 설했다고 전해지는 그 유명한 칠불통계게(七佛通誡偈)를 마음에 떠올려 보자.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모든 악을 짓지 않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며 자신의 마음을 청정히 하는 것, 이것이 모든 부처님들의 가르침이네.)”

지식욕을 자극하기에는 좀 부족한 듯한 느낌의 소박한 게송이지만, 불교의 정신만은 군더더기 없이 훌륭히 표현하고 있다.

불교란 저 멀리 허공에 떠 있는 구름을 잡듯 고원한 진리를 찾아 헤매는 길이 아닌, 바로 지금 이 현실 속에서 올바른 행을 실천하며 한 순간 한 순간 자신의 마음을 닦아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이다.
 
도쿄대 외국인 특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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