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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소통의 바다

기자명 법보신문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의 연속
법의 성품은 둥글어 모양 없거늘

남녘 바다엔 어느덧 바람결이 훈훈하다. 오늘은 참 좋은 바람이라서 좌복을 밀치고 바닷가 포행을 나섰다. 파도 머리마다 앉아있는 부처님 몽돌밭에 내리어 묘음으로 구르고 갈매기는 저녁노을 속으로 사라져 간다.

썰물의 바다에는 먼저 나온 마을 사람들이 몽실몽실한 갯바위에 붙어있는 연두색 해초를 따며 서로 정담을 나누면서 겨우내 움츠렸던 기운을 털어내고 바다와 소통을 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알고 거스름 없이 순응하며 살아간다. 노보살님들은 세상살이가 힘들고 버거워도 전생에 지은 죄 때문이라고 부처님 전에 참회하며 남을 탓하지 않는다. 그저 주문처럼 불보살님 명호를 부르며 의지 하면서 인고의 세월을 살아왔기에 얼굴에서 잘 익은 과일처럼 향기가 난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소통의 부재 속에서 서로의 주장만이 옳다고 하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숨 막히는 대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만약 서로 대화하고 타협 없이 더 이상 양극의 대립 속에 머물러 소통이 없다면 결코 행복한 미래는 오지 않을 것이다.

『법화경』 「신해품」에서는 궁자의 비유를 통해서 부처님께서 중생을 사랑하는 것을 마치 친자식처럼 생각하며 여러 가지 방편으로 삼승을 설했으나 끝내는 일승으로 회통시키고 있다. 나와 우리만이 전부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남으로 규정하여 설득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부처님께서는 여실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마음이 부처라고 분명하게 믿고 깨달으면 사람마다 부처이니 조금 생각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다고 다툴 것이 무엇이며 수행방편이 서로 다르다고 우열을 내세울 것도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처음 정각을 성취하고 나서 깨달은 바를 설할 것인지 몇 번이나 망설였다. 아무도 이해할 사람도 없고 설한다고 해도 소통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하여 그대로 열반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범천의 거듭된 간청으로 다시 마음을 돌이켜 처음 『화엄경』을 설했는데 사람뿐만 아니라 두두물물 삼라만상이 그대로 부처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지가지 방편으로 설법하여 결국에는 깨달음으로 인도하였다. 어쩌면 팔만대장경은 부처님과 중생들의 소통의 기록이라고 해도 될 것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침판이 될 것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지구촌이 되었고 하나의 시장에서 만나고 있으며 모든 것은 변하고 있다. 서로가 통하지 않는다고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부처님을 본다면 종교와 인종의 차별에서 벗어나 누구나 세계의 주인이 될 것이다.

법의 성품은 둥글고 원만하여 두 가지 모양이 없고 양변을 벗어났으니 바다는 백천 강물을 받아들이지만 아무런 상이 없어 일미의 한 맛으로 회통 시키고 있다.

산봉우리를 휘어 감는 저 구름과 장독대에 내리는 눈이 본래 하나의 바다임을 알아챈다면 더 이상 시비는 끊어질 것이다. 법은 통하여 흐르는 것이다.

한 방울의 물에서 바다를 보고 한번 찍어 먹어보면 짠 맛인 줄 안다.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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