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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불안 아동 미술치료 한 보 미 씨

기자명 법보신문
  • 복지
  • 입력 2007.02.22 17:44
  • 댓글 0

침묵의 소리로 소통 ‘너’와 ‘나’ 경계 사라져

매주 수요일엔 ‘참다울학교’서 봉사
분별심 생기면 부처님 법 기대 소멸

<사진설명>한보미 씨는 아이들이 경계를 허물고 두 팔에 꼭 안길 때 환희심을 느낀다.

‘내일은 어떻게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지? 찰흙? 색종이? 옳지. 종이 위에 물감을 바르고 두 겹으로 접는 데칼코마니를 하며 놀자.’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면 국립정신병원 소아청소년병동학교 ‘참다울학교’에서 정서불안 아동들을 만나는 한보미(37) 씨. 한보미 씨는 화요일마다 미술치료 아이템 고민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한 씨는 이곳에서 2005년부터 2년 남짓 아이들과 지내왔다. 아직 학교 아이들이 갖가지 재료들을 만져보고 인식해보는 시간들이지만 한 씨의 마음은 다소 조급해진다. ‘어서 아이들이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으면….’ 그러나 곧바로 고개를 젓는 한 씨. 그네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또 다시 인정하지 않고 환자 취급을 해버리고 말았다. 한 씨의 고충은 다름 아닌 분별심이었다.

“내가 상대방을 위해 뭔가를 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더 힘들어요. 그 순간 상대방은 치료를 받는 대상이 되고 전 치료하는 선생님 입장이 되거든요. 아이들을 환자로 생각하는 찰나에 분별심이 생기는 겁니다.”

분별심이 생길 때마다 문사수법회 법당을 찾아 2005년 처음 참가한 여름수련법회를 떠올린다. 인연의 인드라망 속에 ‘지금, 여기’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엔 모든 존재가 감사하니 현상에 끄달리지 말자며 마음자리를 올곧게 바로 잡는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이 제게 분별심을 없애는 수행을 시키는 것 같아요. 처음엔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되리라’고 결심했는데 도리어 제 분별심이 그네들의 행동에 바로 영향을 미치더군요. 평등한 위치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리는 거죠. 아! 그 때 아이들이 제 ‘거울’임을 알았어요.”

한 씨와 아이들과의 첫 만남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파스텔이 머리 위를 날아다녔을 정도. 하지만 한 씨는 부모의 과다한 요구로 인해 비뚤어지고 메마른 아이들의 정서를 풍부해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아이들이 점차 나아진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더 열의가 생긴다.
“매사에 자신이 없고 쉽게 위축되던 한 친구가 있었어요. 관심과 애정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수업이 끝나면 꼭 안아줍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한 쪽 어깨만 내밀고 안기질 못했어요. 2개월 정도 지나서야 푹 안기더군요. 자신이 둘러 쳐 놓은 경계를 잊고 저와 소통을 시작했다고 느껴져 환희심이 들었어요.”

한 씨는 미술치료가 ‘침묵의 소리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창작물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는 것. “부처님 법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라며 활짝 웃는 한 씨의 모습에서 부처님이 든 연꽃을 보고 미소 짓던 가섭 존자의 미소가 언뜻 비친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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