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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차선일여(車禪一如)

기자명 법보신문

자동차 운전 수행과 다르지 않아
속도 조절하듯 정-혜 쌍수해야

뒤뜰에 매화꽃 향기가 산들 바람에 실려서 창으로 들어온다. 얼마 전에는 읍내에 나갔다가 차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십여 년 굴린 차라서 변속기가 파열된 것이다. 이런 경계는 처음 당했지만 차분하게 대처하면서 공부를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차는 3만4천여 가지의 조합이라고 했다. 하나 둘 해체하고 나면 무엇일까? 텅 빈 충만으로 되돌아간다. 이것을 공이라고 하며 부품들만 가지고 차라고 할 수가 없으니 여러 인연들이 모여야 비로소 차가 된다. 그래서 연기 즉 공이요, 공 즉 연기이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탈수가 있겠느냐고 물으니 알 수 없다고 했다. 선문답이었다. 모든 것은 변하는 것이고 정해진 것은 없다는 소리였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수행하는 것이 둘이 아니다. 수행하는 사람은 마음이 부처라는 대신심이 성취 되었는지 항상 점검을 해서 마음을 밖으로 찾아 나서면 안 되듯이 자동차도 출발하기 전에 반드시 점검을 해야 한다. 이것저것 점검을 하고나서 함께 몸 상태도 점검하다 보면 보고 듣고 살피는 경계 가운데 분명하게 나타나는 한 물건이 있다. ‘이것이 무엇인가’ 화두 하는 사람은 목전에 현전하는 이것을 의심해서 화두를 챙겨야지 화두를 따로 챙기게 되면 활구가 되지 못해서 운전과 수행이 하나 되지 못하고 운전하면서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공부를 쉽게 포기해 버린다. 염불하는 사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운전할 때는 주인공이 운전하는데 있기 때문에 이놈이 졸거나 망상을 피우면 바로 알아서 정신을 차리면 운전과 하나 되지만 운전 따로 염불 따로 하면 무기력해 져서 쉽게 졸음이 온다. 염불로써 망상을 끊어버리면 집중의 효과는 조금 있어도 다시 졸음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에는 휴게소에 내려서 찬물로 세수를 하고나서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주면 움직이는 곳마다 마음이 나타나니 다시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것을 붙잡고 나아가야 하며 다시 차에 오르면 운전하는데 금방 주인공이 나타난다. 그래서 화두 하는 사람은 의심을 간단없이 할 수가 있어서 좋고 염불하는 사람은 염불과 운전이 하나 되는 삼매를 이루게 되어 몸도 어느덧 가볍게 된다. 초심자들은 처음 운전이 쉽지 않았지만 자꾸 하다 보니까 몸에 배었듯이 공부도 항상 챙기면 점차로 쉬워진다.

운전자가 도로 사정에 따라서 속도를 조절하듯이 정과 혜를 쌍수해야 한다. 지혜가 지나치면 과속을 하는 것과 같고 너무 느리게 운전을 하면 정에 치우쳐서 무기에 빠지게 된다. 선에서는 이것을 정혜쌍수라고 하고 천태에서는 지관겸수라고 하며 위빠사나에서는 아나빠나와 위빠사나가 하나로 이루어진 것과 같다. 다만 간화선에서는 정혜쌍수라는 차제를 두지 않고 『육조단경』에서 말하듯이 정혜등지가 바로 이루어지게 되어 부처 성품을 보는 지름길인 것이다. 정혜등지가 바로 화두이기 때문이다.

산들산들 봄바람을 따라서 포행하듯이 드라이브를 하면서 공부를 챙기고 모처럼 친한 친구라도 만나면 좋은 찻집에 가서 차라도 한찬하면서 공부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 차를 마시고 차를 운전하는 것이 본래 둘이 아님을 깨달을 것이다.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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