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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았다 함부로 말하지 말라

기자명 법보신문

계를 지키고 지키지 않는 것이 개인의 이해관계처럼 보인다. 요모조모 따져봐서 작은 이익이라도 있으면 지키고, 없으면 싹 무시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러나 수행자는 나의 작은 바람결 하나라도 중생에게 해가 된다면 하지 않으려 애써야 한다. 그런데도 무시한다면 부처님이‘천불이 출세해도 제도하지 못한다’고 하신 말씀이 맞는 말씀일 것이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성에 계셨다. 세상에는 흉년이 들어 걸식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때 여러 대중들이 모인 가운데에 부처님이 앉으셔서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곡식이 귀해 걸식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한 곳에 모여 있지 말고 이 성의 좌우 마을에 마땅한 곳에 흩어져서 안거하라. 음식을 얻기가 어려워 힘들기 때문이니라.”

그때 어떤 비구들이 바구 강가에서 안거 하면서 생각하기를 ‘지금 나라에는 곡식이 귀해 걸식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해야 음식 때문에 고통 받지 않을까?’하다가, “나는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이요, 선정을 얻고, 남의 마음도 안다. 그리고 아무개 비구는 신통까지 얻었다.”고 말하자, “그러면 그 가운데에 신심 있는 단월들이 우리에게 공양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복 밭으로 여기고, 공경하게 되면 우리는 편안히 살며 고생하지 않으리라.”
고 했다. 단월들은 진심으로 그 말을 믿고 비구들에게 공양했다. 안거를 마치자 의발을 거두고 부처님께 와서 문안을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위로하시면서 물으셨다.

“너희들은 화합하고 즐겁고 편안하게 지냈으며, 음식 때문에 고통스럽지 않았느냐?”
“예, 저희들은 안거가 힘들지 않았습니다.”
“지금 세상에는 걸식하기가 어려운데 너희들은 무슨 방편으로 힘들지 않았느냐?”

비구들이 앞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거듭 물으셨다.

“너희들은 깨달음을 얻은 것이 사실이냐?”
“예, 사실인 이도 있고, 사실이 아닌 이도 있습니다.”
“너희들은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깨달음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말하지 못하거늘 아니면서 어찌 말할 수 있겠느냐. 세상에는 두 가지 도적이 있다. 하나는 깨끗하게 살지 아니하면서 깨끗하게 산다고 말하는 것이요. 둘째는 입과 배를 채우기 위해서 대중에게 말하기를 ‘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가장 큰 도적이니라. 왜냐하면 속여서 남에게 음식을 받아먹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계를 범하는 일은 큰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람에 날려가는 작은 나의 말소리도 상대에게 누가 되면 계를 범하는 일이 된다. 그런데 깨치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깨쳤다 할 수 있겠는가. 

파계사 영산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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