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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 스님의 용기

기자명 법보신문

이벤트성 문화행사 한계 지적
현대인 위한 土-日 법회 절실
기존 신행생활 통렬한 참회 촉구
한국불교, 기본에 충실해야 재기

“절이 존재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법회를 열기 위해서입니다. 절마다, 사람들이 쉬는 매주 일요일에 정기법회를 개설합시다.”

매주 일요일마다 절에서 법회를 열자고 간곡하게 호소한 스님이 한 분 계십니다. 법보신문 독자님들은 지난 890호 법보신문 24면에 전면으로 게재된 안성 도피안사 주지 송암 지원 스님이 쓴 장문의 글을 보셨을 것입니다. 절에서 일요법회를 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인데, 이렇게 스님이 적잖은 비용을 들여가며 법회를 열자는 호소를 하고 있으니, 절집의 속사정을 잘 모른다면 사실은 어리둥절한 일입니다.

송암 스님의 글은 정연한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문장 하나하나에 불교를 위하는 애종심이 절절이 배어 있습니다. △불교는 설법과 청법으로 시작되어 퍼져나갔고 △청법과 설법으로 이뤄진 법회 동참은 불자가 거울 앞에 서는 일이며 △매주 정기법회는 종책으로 뒷받침되고 제도화되어야 하고 △재가불자들도 신앙생활을 위해서는 수행 본찰이 있어야 하며 △청법수행은 모든 수행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수행이고 △특별법회나 이벤트성 문화행사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반드시 정기법회를 개설해야 하며 △법회개설은 현대인의 생활양태에 따라 일요일이나 토요일에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스님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쁘다는 이유로 신앙생활을 가벼이 여기는 재가불자들의 잘못된 풍조를 비판한 것을 비롯해 △사회지도층에 있는 불자들과 불교계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불자들이 가족과 함께 매주 법회에 동참하여 솔선수범해야 하며 △불자 모두가 기존의 신앙생활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함께 대각성 운동을 통해 정기법회 참석을 시작으로 대분발함으로써 불교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글의 요지입니다. 거의 공무로 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월 한 번 열리는 가족법회에도 제대로 참석하지 못하고 있는 저 역시 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폐부 깊숙이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사실 스님은 이 글을 법보신문 지면을 통해 발표하기 수일 전에 법보신문사를 방문해 제게 그 취지를 설명하신 바 있습니다. 당시 일요법회의 당위성을 역설하시는 스님의 표정에서 불교와 종단을 위하는 단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스님의 글을 꼼꼼히 읽고 나니 불교에 대한 스님의 지극한 사랑과 걱정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송암 스님의 주장처럼 한국불교가 다시 일어나는 길은 기본을 튼튼히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비법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정기법회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어린이, 학생, 청년법회가 활성화될 리 없습니다. 정기법회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한, 사찰음악회나 백고좌법회와 같은 이벤트 성 행사는 머잖아 한계를 드러낼 것입니다. 절마다 매주 정기법회를 개설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초하루법회나 보름법회, 각 재일법회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본은 남녀노소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공휴일 정기법회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송암 스님의 호소는 매우 시의적절하지만 동시에 우리 한국불교가 얼마나 기본에서 벗어났는가를 알려주는 부끄러운 단면이기도 합니다. 부끄러운 단면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한국불교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송암지원 스님의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대표이사〉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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