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름답고 멋진 총무원장 선거를…

기자명 윤청광
한국불교의 대표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이 새로운 총무원장을 뽑는 선거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옛날의 도인(道人)스님은 '중벼슬 닭벼슬보다 못하다'하시며 절집 안에서 감투쓰기를 싫어하셨고, 심지어 대중들이 대중공사를 통해 어거지로 감투를 씌우면 그 감투를 쓰기 싫어 아무도 몰래 걸망을 챙겨 밤중에 종적을 감추어버린 일까지 있었다고 들었다. 뿐만 아니라 절집 안에서 감투 쓰는 것을 경계하는 말씀 가운데 '주지 자리 하나에 지옥이 3천개'라는 말씀이 오늘날에도 절집 안에 널리 전해져 오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근래에는 왠만큼 큰절 주지자리에는 2파전, 3파전으로 치열한 선거가 치루어지고 그 후유증으로 불교 전체가 상처를 입는 일까지 종종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총무원장을 뽑는 선거 때문에 종단이 몸살을 앓고 심한 경우 각목과 화염병과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을 연출해서 2천만 불교도는 물론 전국민의 지탄을 자초하기도 했다.

천만다행하게 지난 8,9년동안 종단이 안정을 되찾고 난장판이 일어나지 않아 이제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었는데, 또 '총무원장 선거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 같다'는 보도에 접하니 우선또 걱정부터 앞선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격으로 또 무슨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우리는 스님을 '인천(人天)의 스승'이라 부르며 우러러 받들어 모신다. 그런 '인천의 스승'이신 스님들께서 모인 불교교단의 선거라면, 후보로 나서는 스님이나, 뽑는 스님들이나 그야말로 아름답고 멋진 본보기를 보여주셔야 한다. 오탁악세에서 살고 있는 우리 중생세계에서도 이제 추잡한 선거, 돈뿌리는 선거, 매수와 회유와 협박과 폭로가 판치는 추악한 선거는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지난해 12월에 치뤄진 대통령선거에서도 보았듯이 이제 중생계에 사는 우리 속인들도 더러운 선거,추악한 선거는 더 이상 보기를 원치 않는다.

하물며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삭발, 출가하여 오직 상구보리 하화중생만을 부처님께 맹세한 스님들의 선거에서 만약에 돈을 뿌리고, 돈에 표를 팔고, 상대방을 비방하고 모함하는 괴문서를 살포하고, 회유와 협박이 난무하는 저 추악한 정치판을 흉내낸다면, 이는 결코 부처님도 용서치 않을 것이요, 2천만 불교도도 용납치 않을 것이다.

앞으로 치뤄질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선거에 입후보할 스님들은 선거에 나서기전에 부처님과 2천만 불자들 앞에 공개적으로 다음 세가지만은 양심선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첫째, 선거기간동안 어떠한 금품(金品)도 사용치 않겠다는 양심선언을 해야한다. 출가후 수행만 해오신 거룩한 스님이시라면 속가의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 없는 이상 거액의 선거자금을 비축하지도 않았을 것이요, 비축할 수도 없었을 것이므로 사사롭게 선거를 위해 살포할 돈이 있을리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설사 속가에서 상속받은 재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치사하게 금품을 살포하여 감투를 차지하겠다는 그런 치졸한 스님은 아니 계실 것이니, 당당하게 금품을 살포하지 않겠다고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

둘째, 상대방 후보도 같은 수행자인 스님이신데,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고 공격하는 괴문서(怪文書)를 살포하지 않겠다고 양심선언을 해야한다.

셋째, 선거결과가 확정되면 깨끗히 승복한다는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

세속의 선거에서도 금품을 주고받는 것은 치사하고 더러운 범죄행위로 지탄받고 처벌받게 되어있다. 하물며 모든 중생들을 바른길로 제도하고 구제해야할 스님들의 교단선거에서 만약에 선거를 위해 금품이 오고간다면, 이것은 참으로 세상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자비가 생명인 불교교단 선거에서 상대방을 음해하고 중상모략하는 괴문서를 만약에 살포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이 또한 두고두고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어차피 선거를 통해 뽑지 않으면 안되는게 현실이라면 그 종교교단의 선거만은 참으로 깨끗하고 아름답고 멋지게 치루어서 만백성이 손벽치며 우러러 존경할 수 있도록 거룩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윤청광<방송작가>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