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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결제의 허와 실

기자명 혜원 스님
'금강경 결제 논강'이라는 테마로 실상사에서는 매주 한번 토론형태의 논강을 열고 있다. 필자도 새로운 방식의 결제이기에 몇 번 참석하였다. 논강의 논주가 일정한 주제를 정하여 발제하고 그것에 대해 각 분야별로 정해진 토론자와 그곳에 참석하는 대중이 함께 논강에 동참하였다.

이번 금강경 결제는 '경을 보는 그 자체가 주요한 수행'이라는데 있음을 밝히고, '사부대중이 다 함께 모여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난, 공개되는 결제'라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참으로 훌륭한 발상이고 뜻깊은 수행이라고 본다. 그러나 교단에서 처음 시도하는 탓인지 형식상에서 조금은 매끄럽지 않았고, 논강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인지 논쟁을 통해 명확한 의결이나 해답을 내려고 하는 인상도 남겼다.

전통적으로 강원에서 경전반에 입학하면 논강을 통해 경전을 이해한다. 철저한 토론방식이다. 학인은 교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하고 논강을 통해 수습한다. 서양에서 학문의 구조와 그 성과는 토론문화에서 얻어진 산물이다. 그들의 대화는 쉽게 토론으로 이어지고 이슈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는 것보다 서로가 각자의 견해의 차를 이해하고 또한 그러한 논지가 왜 성립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토론의 필드는 공동체 속에서 스스로 진리를 찾아가면서 상대의 논리를 이해하고 폭넓은 사고를 배양하는 곳이다. 학문적 방식에 있어서 토론은 변증법적 논리와 심층적 논리로 이루어지고, 이러한 지평에서 학문의 총결산이 되어 나온다.

토론의 효과는 우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정보의 잘못을 볼 수 있으며, 자신의 논리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고, 바로 이러한 점에서 토론은 사고를 성숙되게 하는 것이다. 이번 경전결제 논강도 바로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사부대중에게 개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종교적 토론은 인간 내면의 세계를 언어로 담고, 그 언어를 분석하는 일이다. 실상사 논강은 이러한 형태의 한 토론이라고 본다. 토론문화는 바로 선문화라고 본다.『금강경』은 여래의 자내증(自內證)한 교설이며, 그것은 한 자 한 자가 다 공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공안에 대한 논쟁은 깊은 사색과 종교적 믿음에 의지하여 그 해석(주석, 評唱)을 표명한다. 선가에서 선장(禪匠)은 제자의 깨달음을 시험하기 위해 '선문답'을 한다. 불(佛)은 불이어야지 '무' '정전백수자' '호떡'이라고 해서는 안된다는 논리가 없듯이, 명쾌한 해답이 정해지거나 제시되지 않는다. 선장은 제자가 어디까지나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할 뿐이고, 제자는 절차탁마로서 철견한 '촉목보리(觸目菩提)' 세계를 다양한 언어와 행동으로 나타내 보인다. 이처럼 '선문답'은 공안이 되어 참된 자아를 밝히는 등불이 된다. 『금강경』 논강 역시 이처럼 논주, 토론자, 대중이 다 함께 『금강경』이라는 공안을 참구하여 진리를 체득해 가는 것이다.

논강의 주제를 『금강경』으로 한 것은 '수행과 전법에 있어서 어떤 것이 바르고 또한 잘못되었는지'를 성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논강의 방향은 경전상에서의 법수의 이해나 번역의 문제, 사상의 이해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인간내면의 세계를 성찰하고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반영되고 조명되어야 할 수행과 실천에 대한 논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논강이 '사부대중과 더불어 하는 토론'의 형태라면 이 문제는 더욱 심도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것은 또한 이 시대의 공안이 되기 때문이다. 참선참구가 '침묵'의 수행이라고 한다면 경전논강의 참구는 '지견(知見)'의 수행이라고 본다. 이번 경전결제가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열려 또 하나의 새로운 형태의 수행방법으로 전개되기를 바란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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