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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불투도계(不偸盜戒)

기자명 법보신문

주어지지 않은 것 취하지 않겠다는 의지
소유 욕망서 벗어나 보시 생활화 해야

불투도계. 재가불자가 지켜야 할 오계 가운데 두 번째에 위치하는 이 계는 남의 것을 훔치지 말라는 정도의 뜻으로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을 취하는 행동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떠나고 멀리 함을 의미한다. 남의 소유물은 말할 것도 없고, 설사 특정한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어떤 것이든 함부로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출가자의 경우, 연못에 핀 연꽃의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향기를 훔친 자라 불렸다고 할 정도이니, 불교에서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것을 취하는 행동이 얼마나 엄격히 경계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남의 것을 탐내는 인간의 행위가 인류의 불행을 발생시킨 주범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 점은 흥미롭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구약성서의『창세기』에서는 에덴동산에 살던 아담과 이브가 신의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라는 금단의 열매를 훔쳐 먹은 것으로부터 인간의 원죄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인도신화에서도 다른 사람의 소유였던 쌀을 훔친 것을 계기로 이 세상에 거짓말이 나타나고, 이어 그에 대한 형벌 등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즉 도둑질을 인류 타락의 최초의 죄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경전에 따라 약간의 입장 차이는 있지만, 예를 들어 빨리 장부경전인『기세인본경』및 한역『중아함경』권39 등의 불교경전에서도 이 세상의 기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견해를 보인다. 타인의 밭 혹은 쌀을 훔친 자가 나타난 것을 계기로 이어 이를 꾸짖는 행동이 나타나고, 나아가 다시는 훔치지 않겠다고 해 놓고 또 다시 훔침으로써 거짓말이, 그리고 결국 이를 벌하기 위해 범인에게 체형이나 사형을 내리는 징벌 등의 갖가지 악과 불선법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기술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취하는 행동은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다. 끝없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욕심, 그리고 이를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불행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인 마음, 인간의 이런 왜곡된 마음 작용이 올바른 노력과 정당한 노동 없이 원하는 것을 슬쩍 손 안에 넣고 만족하는 어리석은 악행을 불러일으킨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때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리를 저지르면서까지 남의 것을 빼앗는다. 다른 사람이 억울하게 손해보고, 그로 인해 고통 받으리라는 생각은 잊은 채, 마치 이를 자신의 훌륭한 능력인 듯 착각하며 상대방의 무능력을 비웃는다. 인간의 이런 어리석음이 이 세상을 온갖 부정부패와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한다면 과언일까. 인간의 탐욕스럽고도 이기적인 행동은 인간 사회를 벗어나 널리 자연계에까지 미쳐 왔고, 우리는 이제 서서히 그 과보를 받고 있는 듯하다. 대자연속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무시한 채 자신들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마치 자신의 살을 갈아먹듯 환경을 파괴해 온 결과, 최근 곳곳에서 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불투도계의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우리가 속한 이 사회는 물론이거니와,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이 그들의 행복한 삶을 착취당하지 않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바꾸어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불투도계는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결코 취하지 않겠다는 성실하고 정직한 마음을 기반으로, 나아가 적극적으로 남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상태를 실현하는 것을 이상으로 한다.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이를 모든 생물의 행복을 위해 그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보시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불투도계의 진정한 실천이자 우리 모두 행복해지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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