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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면 단행이 순리다

기자명 법보신문

참회하는 자에 기회 주는 건
자비문중 선양해야 할 덕목
종정 유시 받들어 화합 이뤄야

지난 21일, 조계종정에 다시 추대된 법전 스님께서 지관 총무원장, 자승 종회의장, 법등 호계원장 등 종단의 주요 소임자들에게 대사면 단행을 요청했습니다. 대중화합을 위해 멸빈자들을 사면해달라는 간곡한 당부를 하신 것이지요. 종정 스님은 예서 그치지 않고 종단개혁불사 기간(94년) 중 중징계를 받은 자들도 종단발전에 회향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사면, 경감조치를 행하라는 유시도 함께 내렸습니다.

종정스님의 대사면 유시에 따라, 앞으로 조계종엔 사면 논의가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그러나 종정스님의 유시와 총무원장 스님의 강력한 사면 추진의지에도 불구하고 사면이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중앙종회에서 사면단행을 위한 종헌개정의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고, 사면의 범위에 대한 논란까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면조치가 있을 경우 현 교구본사 질서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신 기득권층의 현실적 우려도 없지 않은 듯합니다.

그러나 종정 스님의 유시가 아니더라도, 사면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사면 대상자 중에 이미 결혼을 해서 속퇴를 하였거나, 다른 종단으로 적을 옮겼거나, 세상을 떠난 경우를 제외하고 삭발염의한 채 스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분들에겐 본인이 원할 경우 조계종의 승적복원의 기회를 주는 것이 도리라고 봅니다. 종단개혁불사 당시 종단에 누를 끼친 죄가 작지 않지만, 참회(懺悔)와 함께 조계종 승적으로 세연을 마치고 싶다는 그들의 간절한 호소를 끝내 외면하는 것이 자비 문중에서 취할 바람직한 태도는 아닐 것입니다.

다 알다시피 참회란 먼저 지은 허물을 뉘우치고, 이후로는 허물을 짓지 않겠다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참은 용서를 청한다는 의미이고, 회는 후회한다는 뜻이지요. 옛 선현들께서 이르기를, 허물을 참회할 줄 알고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 스스로 새롭게 하면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게 하는 바탕이라고 했습니다.

과거에 큰 잘못을 지었더라도 참회하는 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세속적 의미로는 군자가 행할 도리이고, 자비문중의 입장에서는 도리어 선양해야 할 일입니다. 더구나 불가에서는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라고 해서, ‘죄의 실체가 본래 없다’고까지 가르치고 있지 않습니까.

종단개혁불사 당시 멸빈을 당한 9인의 스님들이 주로 사면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줄곧 “우리가 조계종 승려로 죽을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사면 후의 질서혼란을 우려한다면 사면 조건으로 이들이 공직에는 나오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두면 될 것입니다. 꼭 무슨 장치가 아니더라도 벌써 13년 전의 일이라 사면대상자의 세수가 대부분 70을 넘었으니 그리 염려할 일도 없습니다.

『선가귀감』에 “출가하여 스님이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리오! 편안하고 한가로움을 구하는 것도 아니며, 따뜻하고 배부른 것을 구하는 것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구하는 것도 아니다. 나고 죽음을 면하기 위해서이며, 번뇌를 끊기 위해서이며, 부처님의 지혜를 잇기 위해서이며, 삼계를 벗어나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이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멸빈된 스님들에겐 출가의 대의를 이룰 기회를 다시금 부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그동안 사면을 꺼렸던 스님들은 출가 정신이 명예와 재물을 구하는 데 있지 않음을 되새겨, 모처럼 찾아온 화합 승가를 계기를 무산시키지 말길 바랍니다. 

〈대표이사〉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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