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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불망어계(不妄語戒)

기자명 법보신문

惡言, 스스로를 불행으로 이끄는 흉기
남을 배려한 진실된 언어습관 가져야

요즈음 일본은 떠들썩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엽기적인 사건들….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또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죽이는 사건들이 줄을 잇는다. 얼마 전에는 오빠가 여동생을 죽이는 사건이 발생해 또 한 번 일본사회가 들썩거렸다.

백년에 한 번 있어도 경악할 만한 이런 사건들이 일본, 아니 세계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사건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범인들이 밝히는 우발적인 범행 동기다.

범인들은 한결같이‘상대방이~ 라고 하는 소리에 그만 확 화가 나서’라고 살해 동기를 밝힌다. 즉 말이 화근이 된 것이다. 물론 그 말이 튀어 나올 때까지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여하튼 방아쇠를 당긴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고 깔보는 무심한 한 마디 말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육체적인 폭력에 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말로 인한 폭력에는 의외로 둔감할 때가 많다. 부처님께서는“사람이 태어났을 때, 그 입 속에는 도끼가 생긴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악언(惡言)을 하며 그 도끼로 자신을 찍어 내린다”라고 하여, 혀가 자신을 파멸시키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가르치고 계신다. 악한 말은 자신의 인생은 물론이거니와 때로는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도 불행으로 몰아가는 무서운 흉기로 돌변할 수도 있다. 오계 가운데 네 번째인 불망어계는 올바르지 못한 말을 버리고 멀리할 것을 가르치는 계이다. 남을 속일 목적으로 하는 거짓말은 물론이거니와, 이간질하는 말, 아첨하는 말, 흉보는 말, 깔보는 말, 거친 말, 헛된 말 등 진실하지 못한 모든 말을 포함한다. 다른 사람을 속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이간질하여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고, 거칠고 악한 말로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잡담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등, 우리의 입은 진실과는 동떨어진 곳을 향해 달려갈 때가 많다. 그리고 이 말들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오곤 한다. 입 하나를 단속하지 못해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속이며, 또 상처주고 상처받으며 사는 어리석은 생활을 되풀이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진실한 말의 판단 근거는 무엇일까? 우선 거짓이 담기지 않은 사실에 근거한 말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라고 다 진실한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주위의 누군가가 중병에 걸렸다고 하자. 그 사람에게 진실을 말한다며‘큰 병에 걸렸다는군요. 난치병이라 앞으로 얼마 살지 못한답니다’라고 했다고 하자. 갑자기 이 말을 들은 사람은 아마 충격으로 더 병이 악화될 것이다. 그렇다고‘감기라네요. 약 먹고 쉬면 금방 낫을 거래요’라고 한다면 치료시기만 놓치게 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무외왕자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인격이 완성된 사람은 설사 진실이라도 상대방을 위해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실하며 게다가 상대방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설사 상대가 불쾌하게 여긴다 하더라도 그것을 말할 수 있다.”즉, 상대방에게 이익이 되는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때로는 비난을 감수하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의 바탕에 깔려 있는 기본정신은 다른 생물에 대한 자비와 연민이다. 다른 생물이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행동을 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의 인격을 완성해 가는 길이다. 내 입에서 나온 말이 상대방의 삶에 도움을 주고 평화로움을 안겨 주는 약이 될 것인지,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와 고통을 주는 독이 될 것인지, 지혜로운 마음으로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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