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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안팎의 인연이 맞아야

기자명 법보신문

안팎 노력 있어야 새 생명이 탄생하듯
배우려는 열정 있을 때 가르침도 의미

계절의 오고감에는 어김 없는 순환의 마디가 있어 무한한 시간 속에서 조금도 차이가 없다. 24절기로 춘분이 지난 요즘의 산과 들에는 새싹이나 꽃이 피려고 들석거리는 느낌이다. 진달래가 피었는가 하면 목련이 피어 있고 개나리는 노란 봉오리를 내보이고 있다. 벚나무의 끝가지에는 터질 것같이 부푸른 꽃봉오리가 탐스럽다.

이런 싱그러운 주변 속에서 거니는 아침의 산책길은 저절로 흥겹다. 자연의 섭리란 참으로 아름답고 오묘하다. 단단한 나무 가지를 뚫고 올라오는 꽃봉오리의 힘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초목도 생물이니 생물의 생명적 힘이 솟아 오름이 당연하다 하겠지만, 생명의 힘의 움직임을 눈으로 볼 수도 없는데 어느 사이 초목의 외형을 변화시키리만큼 달라지고 있다.

이때 식물의 솟아오르는 기운은 안에 잠재해 있는 내재적 힘으로만 가능한 것인가. 이것이 가능한 것이라면 얼마 전의 겨울철에는 어찌하여 잠잠히 움츠리고만 있었는가. 의아스러움이 사실이다. 이는 필경 봄날의 따스한 햇살의 도움을 받은 내재적 힘의 외연적 표출이라 해야 할 것이다. 곧 안에서 벗어나려는 내인(內因)의 힘과, 밖에서 끌어내는 외연(外緣)의 작용이 밀착된 순간 순간의 움직임이라 할 것이다.

사람살이도 이와같다. 무엇이고 이루어 보려는 몸 안의 의지가 있고, 이 의지를 실현하게 하는 외부적 환경이 결합되어 어떤 결과물을 형성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개개인의 내인과, 각기 다른 시공의 이동적 외연을 만나 어떤 결과를 얻게 한다. 내재적 의욕이 크고 거기에 맞는 외연을 만나면 그 결과물은 그만큼 클 것이다. 그래서 항시 원대한 포부를 가지라고 일깨우기도 한다.

달걀은 딱딱한 껍질로 덮여 있어 그 자체로는 고체에 불과하나, 어미 닭의 품안의 따뜻한 온도를 만나면 새 생명의 생물로 변한다. 달걀 안의 생명화하려는 내인적 의지가 어미 닭의 따뜻한 품 속의 외연을 만나 제3의 새 생명의 결과를 맺는다. 병아리의 어린 부리로 고체의 껍질을 두드리는 작용에,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주어 굳은 겁질이 터지면서 새 생명이 탄생한다. 이를 일러 ‘줄탁동시(?啄同時)’라 한다. 병아리가 쭈쭈대며 껍질을 빨아대는[啄] 행위와, 어미 닭이 쪼아주는[啄] 행위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내인적 의지와 외연적 보호가 잘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배우려는 제자의 안타까움에 한마디의 지침으로 깨닫게 되는 사제의 관계를 비유하는 경구로 인용하기도 한다.

새봄이 되니 도처에서 이런 내재적 몸부림과 외호적 유인이 이루어지고 있다. 굳은 가지 끝에서 터져나려 하는 꽃봉오리의 힘에, 어미 닭의 부리 같은 햇살의 쪼아댐이 저 아름다운 꽃송이를 피우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이렇듯 내인과 외연이 쉬임 없이 맞물려 이루어지는데, 사람살이의 배움에는 안으로 축적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허구많은 성현들이 밖에서 보호하는 가르침이 있어도 동시에 깨어나는 병아리의 탈출을 기대할 수는 없다.

가르침의 장소는 어디에나 있다. 오랜 시간 속에 축적되어 온 성현님들의 말씀이 기록으로 산적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기초로 하여 교육의 장으로 개설한 곳이 도처에 있다. 다시 말하면 사회에는 알을 쪼아 주려는 어미 닭의 부리는 어디에나 있지만, 알 속에서 솟아나려는 병아리의 의지가 없다는 말이다. 배움에 시간이나 장소의 구애가 있을 수 없다. 어디나 다 배움의 소재이자 스승이다. 그를 어떻게 내 것으로 변화시키느냐 하는 의지의 있고 없음에서 결과는 달라진다.

변하려 하는 동기의 유발과 변화시키는 인연이 만나는 것을 기연상투(機緣相投)라 하고, 이런 동기와 인연을 만나 변하는 것을 임기응변(臨機應變)이라 한다. 봄의 인연을 만나 놓치지 않고 꽃을 피우는 임기응변의 식물적 지혜도 우리의 배움터임이 분명하다.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sosuk0508@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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