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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불음주계(不飮酒戒)

기자명 법보신문

술이 대인관계에 도움 준다는 건 편견
음주가 악행의 원인임을 잊지말아야

술을 마시는 행위로부터 떠나고 이를 멀리 할 것을 가르치는 불음주계는, 오계 가운데 마지막에 놓여 있다. 즉, 불살생계, 불투도계, 불사음계, 불망어계, 불음주계이다. 그런데 음주는 앞의 네 계가 대상으로 하는 행동과는 그 성격이 약간 다르다. 왜냐하면, 살생이나 도둑질, 사음, 거짓말은 그 자체가 악행이자 죄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실죄(實罪), 혹은 성죄(性罪)라 불린다. 하지만, 음주는 그 자체가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 모든 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죄를 저지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차죄(遮罪)라고 한다. 음주가 오계 속에 포함되는 이유는 바로 술을 마심으로써 다른 죄를 짓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점 때문인 것이다.

『대비바사론』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느 마을에 덕망 높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우바새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술에 취해, 그만 옆집에서 날아든 닭을 잡아 술김에 안주로 삶아 먹어 버렸다. 마침 그때 닭 주인인 옆집 여자가 닭을 찾으러 왔다. 이 우바새는 닭 같은 것은 본 적도 없다며 그 여자를 돌려보냈는데, 돌아서 가는 그 뒷모습이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그만 이성을 잃고 여자를 강간하고 말았다. 결국 화가 난 옆집 남자가 그를 관가로 끌고 갔지만, 그 우바새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 존경받던 사람이 술로 인해 살생과 도둑질, 사음, 거짓말이라는 중죄를 한꺼번에 저지르고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다소 극단적인 내용이기는 하지만, 술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디가니까야』라는 경전에서는 술을 마셔서는 안 되는 이유로, 첫째, 현존하는 재산에 손실이 있다. 둘째, 싸움이 늘어난다. 셋째, 질병을 일으킨다. 넷째, 나쁜 평판을 일으킨다. 다섯째, 음부를 노출한다. 여섯째, 지혜의 힘을 약하게 한다고 하는 여섯 가지를 든다. 이것은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유감스러운 상황들을 통해서도 여지없이 확인할 수 있다. 마셔라 부어라 하며 술값으로 날리다 보니 모아 둔 재산 없고, 술김에 목청 높여 다투다 보니 인간관계 나빠지고, 간과 위장은 술에 찌들어 신음하고, 술 마시고 부린 갖가지 추태가 그 다음 날이면 소문이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니 얼굴 들고 다니기 창피하고, 때로는 술김에 맺은 부적절한 관계로 발목 잡혀 마음 졸이고, 또 잘못된 판단으로 뒤에 감당하지도 못할 약속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만하며 운전대 잡았다가 영원히 이 세상으로부터 자취를 감추게 되는 일도 있다. 역시 술은 모든 불행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음주가 가져다 줄 이와 같은 불이익을 인정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은 과음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불상사로부터 예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주의 이익을 늘어놓으며 그 필요성까지 강조한다. 예를 들어, 혈액순환에 좋다거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필요하다거나, 혹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심신을 완화시켜주는데 좋다거나 등등…. 그러나 과연 이런 것들이 음주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일까. 분명 알코올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지만, 그것은 불과 3시간 정도의 효과라고 한다. 그리고 이는 중독성을 동반하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몸에 해롭다. 또 술이 스트레스를 풀어준다고 하지만, 이는 잠시 심신을 마비시켜 둔감하게 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술을 마시며 몽롱한 기분에서 쌓은 인간관계가 어찌 신뢰할 만한 것이 될 수 있겠는가. 맑은 정신을 방해하는 술은 언제라도 악마의 본성을 드러낼 수 있다. 불음주계의 수지를 통해 알코올에 의존하지 않고 상쾌한 심신을 유지하며 맑게 살아가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보자.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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