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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불교계 3·1운동의 중심을 보다

기자명 법보신문

억눌렸던 불교계 반일감정
만해 중심의 항일운동으로

성숙이 월초 화상으로부터 만해 스님과 김법린을 소개받아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사상적 무장을 하기 시작할 무렵, 불교계에서는 이미 조직적인 항일운동의 기운이 싹트고 있었다. 우리민족의 항일민족운동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시절에 세속과 유리된 환경 속에 놓여 있던 불교계에서도 항일운동에 동참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교계의 항일운동은 1910년 경술국치를 전후해 일제의 식민지화 정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불교를 일본불교에 종속시키려는 의도가 드러나면서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당시 일제는 일부 친일승려와 일본의 조동종 승려간 연합 형식으로 한국불교의 종속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일제의 이러한 의도는 역효과를 불러와 불교계 전반이 구국운동 차원에서 한국불교의 전통과 정통성을 수호하기 위해 반조동종운동에 나서는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다. 그리고 반조동종운동은 일제의 종교침략에 대응하는 민족운동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일제는 불교계의 움직임에 보다 강력한 대응책을 내 놓았다. 이것이 바로 1911년 한국불교의 모든 사찰을 통제할 목적으로 시행한 사찰령이다. 일제는 사찰령을 발표해 사찰에 속한 동산과 부동산을 불문하고 모든 재산의 처분에 있어서 총독의 허가를 얻도록 강제했다. 또한 사찰을 본말사로 구분해 본사는 법을 제정해서 시행하되 총독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일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찰령시행규칙 제8조를 발표해 사찰령과 함께 시행토록 했다.

뿐만 아니라 30본산을 정해 본산 주지는 총독이 임면하도록 하고, 말사 주지는 지방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결국 총독이 전국의 주요사찰로 꼽히는 30본산의 주지를 직접 임면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불교에 대한 실권을 완전히 장악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제의 압박이 강하지면서 한국불교의 전통을 수호하려는 운동도 더욱 확대되었고 구체화되었다. 일부 사찰에서 총독부가 임명한 주지들이 친일행각을 벌이며 타락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경허 스님을 비롯해 혜월, 만공 스님 등 대중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던 어른 스님들이 한국불교의 전통 수호에 앞장섰고 그 뒤를 따르는 스님과 재가불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특히 한용운, 박한영, 백용성, 백초월 스님 등의 적극적인 항일민족운동은 불교계의 항일운동 확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이는 곧 불교계 항일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불교계의 항일운동 저변이 확대되는 가운데 만해 스님이 주도했던 3·1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다. 불교계는 이때부터 항일민족운동과 함께 불교교단의 개혁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선 만해 스님의 역할은 막중할 수밖에 없었다. 성숙은 바로 이 만해 스님으로부터 불교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도를 배웠고, 세상에서 불교가 그리고 스님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었다.

만해 스님은 3·1운동을 준비하면서 불교계 여러 지도자들과 교섭하다가 대부분 지방의 외지에 있어서 연락이 용이하지 않자 불교계 대표로 우선 종로 대각사에 있던 백용성 스님에게만 서명을 받았다. 이어서 천도교와 기독교계 인사들을 만나 종교계가 앞장서는 3·1운동의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그리고 최남선이 기초한 독립선언서에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내용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공약3장을 추가해서 독립선언서를 완성함으로써 비로소 모든 준비를 마쳤다. 모든 준비를 끝낸 만해 스님은 1919년 2월 28일 밤 10시, 본인이 직접 주재하던 불교잡지 「유심(唯心)」의 사옥으로 이용하고 있던 종로 소재 자신의 집으로 학생들을 긴급히 소집했다.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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