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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서 죽은 전생 이웃 극락왕생 발원”

기자명 법보신문
  • 지계
  • 입력 2007.04.0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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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신회-서울시의회, 대공원서 첫 ‘동물천도재’
100명 불자 동참…“생명사랑 실천 앞장” 다짐

<사진설명>조계종 중앙신도회와 서울시의회 불자회는 4월 5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좁은 우리에 갇혀 고통 받고 죽어간 동물들을 위한 첫 천도재를 봉행했다.

“모든 유주무주에 떠도는 동물 영가들이 부처님께 귀의하고 공업(共業)으로 지어진 업보를 참회하며, 무명(無明)에 가려진 밝은 성품을 찾기를 바라옵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4월 5일,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때 아닌 목탁소리가 이제 막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의 이목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서울시의회 불자회 소속 회원 100여명이 인간들의 이기(利己)에 의해 동물원에서 고통 받다 죽어간 동물 영가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천도재를 봉행한 것. 그 동안 강릉 현덕사 등 개별 사찰에서 죽어간 동식물의 고혼(孤魂)을 달래기 위해 천도재를 봉행한 적은 있지만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불자들이 중심이 돼 대규모 천도재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천도재는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인간들의 편의와 안락을 위해 동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 이주돼 좁은 우리에 갇혀 온갖 고통 속에 살다 간 동물원 동물들의 넋을 달래주기 위해 준비됐다.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현재 이 곳 동물원에 수용돼 있는 동물들의 수는 349종 3000여 마리. 그러나 이들 중 4%에 가까운 120여 마리가 각종 질병, 기후차, 스트레스 등으로 매년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이처럼 많은 동물들이 매년 죽는 것은 갑작스런 생활환경의 변화가 주된 요인이다. 특히 기후변화가 심한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으로 열대지역, 또는 한대지역에서 적응돼 있는 동물들이 수난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동물원 축사에 대한 냉난방 시설이 개별이 아닌 중앙제어 시스템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동물들에 대한 최적 환경을 조성하기란 쉽지 않다.

서울대공원 대공원 이영미 사육사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동물원이 동물들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 된 시설로 설계돼 있어 기후 및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한 동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봄, 가을 환절기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한꺼번에 죽어 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에서 부두완 의원은 서울시 정책 질의를 통해 “서울대공원 동물 대부분이 콘크리트 벽과 바닥, 철망으로 된 우리에 갇혀 심각한 고통을 겪고 제 수명을 못 누리고 질병이나 사고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며 서울시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천도재 의식을 시작으로 분향, 헌화, 추도 묵념 등의 순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강릉 현덕사 주지 현종 스님은 “인간의 이기에 의해 죽어간 동물들을 위해 천도재를 봉행한 것은 동물과 인간이 결코 다르지 않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또 이날 천도 법문을 설한 용화사 주지 덕문 스님도 “이 천도재를 계기로 인간을 비롯해 모든 중생들이 ‘청정연화목여래’의 가피를 받아 유주무주의 모든 영혼까지도 천도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발원한다”며 “모든 축생들이 곧 나의 어머니요, 아버지요, 형제간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해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아끼는 노력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불국토 건설에 우리 불자들이 앞장서자”고 강조했다.

중앙신도회와 서울시의회 불자회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매년 정기적으로 동물 천도법회를 봉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 질병 등으로 죽어간 이름 모를 영가들을 위한 천도법회도 개최해 부처님의 생명존중 사상을 널리 알려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 서울대공원 동물원 이원효 관리소장은 “불교계가 나서 동물원에서 죽어간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재를 봉행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며 “향후 천도재가 정기적으로 개최된다면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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