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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거울 보듯 살아라”

기자명 법보신문

밀양 표충사 주지 청운 스님

부처님은 홀로 설산에 들어가서 6년 고행 끝에 구경에는 샛별을 보고 그 순간에 모든 의심의 덩어리를 완전히 벗어나 홀가분한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생로병사는 모두 인연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요, 인연은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이 마음이라는 것은 불에 넣어도 타지 않고 물에 넣어도 젖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늙는 것도 없고 죽는 것도 없습니다. 영원한 주인공인 마음은 바로 저 하늘과 같다, 티없이 맑은 창공은 영겁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연의 바람이 불면, 구름이 끼고, 먹구름이 끼고, 비바람, 천둥, 번개가 치면서 컴컴해 집니다. 아, 하늘은 무너지는구나, 이제 모든 것은 끝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시간을 두고 다시 하늘을 쳐다볼 때 티 없이 맑고 상처 하나 없습니다. 창공 그대로입니다.

깜박하면 마음은 ‘칼날’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밉다, 곱다, 증오심, 욕심에 불타게 되면 사람 마음에도 번개와 천둥이 칩니다. 그것은 탐, 진, 치 삼독이라는 번뇌망상입니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마음을 한번 되돌려 보면 미움도 증오심도 한도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그 마음 안에는 부처의 마음이 있습니다. 물처럼 맑은 마음, 바람처럼 시원한 마음, 꽃처럼 향기롭고 솜처럼 부드럽고 햇빛처럼 따스한 마음, 저 바다처럼 넓어서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그러한 마음을 여러분도 다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깜박하는 순간에는 깨알처럼 작어지고 칼날처럼 날카로워지고 얼음처럼 차가워집니다. 그런 사람을 중생이라고 하죠. 중생과 부처가 한 순간 안에 다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을 어떻게 주고 있습니까? 자신이 부처인지 중생인지 한번 스스로를 관(觀)해봐야 됩니다.

여러분은 매일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몸뚱이에 관심을 많이 가집니다. 아침에 거울을 보고 있을 때 관세음보살님이 따로 없죠.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남에게 잘보이고자 할 때는 보시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만 거울을 봐요. 남과 다투고 화를 낼 때, 눈을 찡그리고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할 때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바로 마구니 같죠. 그 때 자신을 거울에 비춰 보면 다시는 그러지 못할 겁니다.

여러분은 남을 많이 관하기 때문에 남에 대해서는 잘 압니다. 그런데 자기가 자기를 이야기 해보셨습니까? 나를 관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을 모릅니다. 그래서 남들이 너는 속이 좁다, 고집 세다 그러면 펄펄 뜁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변명을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한테 화를 냅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자신을 관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주인공을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주인의 모습이 번뇌 망상의 탐진치로 덮여있는 것을 모릅니다. 주인공의 상이 주인 노릇을 하는 것도 모르지요.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어려운 부모님을 만나서 학교도 갈 수 없었지만 끝내는 변호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구경에는 대통령이 되고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노예해방을 통해 미국 민주화의 틀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영광을 되돌려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분은 영겁(永劫)을 사는 것입니다. 여운을 남겨 주는 사람들이 영겁을 함께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다 빈손으로 왔습니다. 자손으로 와서 성과 이름을 받아 지녀서 부모 형제 친척을 만나고 그러다가 떠날 때 부모 형제 친척 다 여의게 됩니다. 미움과 증오도 다 버려야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영겁을 사는 겁니다.

여러분이 기도할 때 모든 것을 나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나를 닦아내고 나를 전부 비워버려야 됩니다. 미움, 증오, 한 이것들이 전부 오염된 것입니다. 거칠고 사납고 날카롭고 뻔뻔스런 마음을 다 비워내고 진실하고 참되고 남자답고 여자다운 모습으로 다시 바뀌어야 됩니다.

그것이 청정한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20대, 30대에 자식을 가질 때 진실되고 참된 자식을 원하죠? 내가 영겁을 원한다면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가면 됩니다. 모두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자세가 되어 있으면 됩니다. 부처님의 대자대비가 그 속에 있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을 키울 때 전부 다 줍니다. 자신을 희생하기 때문에 자식을 길러냅니다. 그렇게 키워 낸 자식이 세상을 이끌어 가지만 그 자식들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것이고 나는 곧 또 떠나서 다시 어린 아이로 태어나게 됩니다.

영겁을 가려면 자기를 봐야 합니다. 부모로부터 내가 이 몸을 받기 전에 나의 본래 면목은 무엇인가. 나를 관하고 나를 찾고 주인공인 내가 누군가 하고 의심을 내어 봐야 합니다 과거에는 모양이라는 상이 자신의 주인 노릇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거울처럼 자신을 관하게 되면 마음은 다른 곳으로 못갑니다. 고삐 풀어진 소에게 고삐를 달아 놓은 것과 같습니다. 날뛰고 벗어나려해도 안풀어지도록 해두고 거기에 풀을 놔주면 나중에는 고삐를 풀어도 도망가지 않습니다.

마음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힘이 듭니다. 추억 속에 빠지고 참선하다는 생각에 잡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깥의 경계에 빠지지 않으면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거울을 볼 때 내 얼굴에 뭐가 묻었으면 얼른 남이 말하기 전에 고치듯이 내가 스스로 속이 좁은 모습이 떠오릅니다. 부끄럽습니다. 나도 그런데 남을 이해하게 됩니다. 시비 거리가 없어집니다. 남을 이해해 줄 때 그 사람들도 고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 자신이 통제 되고, 모든 것이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마음이 되고, 인생은 농사 짓듯 영겁을 갈 수 있는 겁니다.

모든 것이 나의 부처님

여러분, 영겁을 가려면 자연, 환경이 같이 가야 됩니다. 자연이 썩고 물들고 황폐화되면 우리가 태어나는 곳은 어디입니까. 이 지구상 뿐이지요? 자연이 오염되면 우리는 살 수가 없습니다. 영겁을 사려면 이 자연과 더불어 하나가 되어야 됩니다. 자연의 습지, 늪지, 갯벌, 이 얼마나 멋집니까.

비가 쏟아지면 습지는 전부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물을 정화시킵니다. 그래서 비가 안 올 때 냇가로 계곡으로 맑은 물을 내려 보냅니다. 그것이 우리 몸뚱이로 비유하면 콩팥입니다. 콩팥에서 거르고 정화시켜서 맑은 피를 순환 계통으로 보내줍니다.

맑은 물이 있어야 살 수 있습니다. 물이 모여 있는 곳이 습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한 자연을 너무 훼손합니다. 지금 그 피혜가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서 해수면이 많이 올라갑니다. 모든 자연이 오염되어서 물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습니다. 육지도 습지, 늪지가 분할되고 계곡이 파해쳐져서 산으로 도로를 뚫고 시멘트 콘크리트로 건물을 지어 놓고는 또 뜯습니다. 사찰에 가서도 쓰레기를 막 버립니다.

이제 불교가 바로 콩팥 역할을 해야 됩니다. 아들과 딸이 맑은 물을 써야 되고 내가 다시 와서 써야 될 물입니다. 하지만 낭비가 너무 많습니다. 불심(佛心)이 뭡니까. 깨칠 불(佛)자, 마음 심(心)자, 주인공인 마음을 깨친다는 것은 자기를 통제한다는 것이며 자유자재한다는 것이며 그렇게 해서 인생의 노련한 운전수가 되고 연기자가 되는 겁니다. 이제 과거에 어떻게 했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현실에 최선을 다해서, 멋진 연기자가 연기를 맡듯이 영겁의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지극한 마음으로 모든 이에게, 모든 자연에게 부처님과 같이 대하시길 바랍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청운 스님은

경기도 여주에서 출생한 청운 스님은 1964년과 1970년 각각 통도사에서 월하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와 구족계를 수지했다. 통도사승가대학 및 중앙교육원을 졸업하고 기장 묘관음사의 향곡 스님 회상에서 안거를 시작으로 전국 제방선원에서 10안거를 성만했다. 스님은 영산 법화사, 창녕포교당에서 주지 소임을, 통도사 취운암에서 감원 소임을 역임하며 수행과 포교의 일선에서 활동해 오고 있다.

2005년 1월 표충사 주지를 맡은 스님은 템플스테이를 활성화하고 봄, 가을 향사를 지역 축제로 발전시키는 등 불교계 위상을 높이는 데 진력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생태 보호에 앞장서 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월 2일 제 6회 세계 습지의 날 기념행사에서 환경부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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